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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걸었던 거리들
 
 
두 번 쓸쓸한 전화
 
한 명 희
 
 
 
시 안 써도 좋으니까
언니가 행복했으면 좋겠어
 
조카의 첫돌을 알리는
동생의 전화다
 
내 우울이, 내 칩거가, 내 불면이
어찌 시 떄문이겠는가
 
자꾸만 뾰족뾰족해지는 나를 어쩔 수 없고
일어서자 일어서자 하면서도 자꾸만 주저앉는 나를 어쩔 수 없는데
 
마흔,
실업,
버스 운전사에게 내어버린 신경질,
세번이나 연기한 약속,
냉장고 속 썩어가는 김치,
오후 다섯 시의 두통,
햇빛이 드는 방에서 살고 싶다고 쓰여진 일기장,
 
이 모든 것이 어찌 시 때문이겠는가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시
한번도 당당히 시인이라고 말해보지 못한 시
그 시, 때문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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