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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닭갈비 안주에는 소주를 마시지 못한다. 닭갈비를 싫어하는 건 아닌데 이상하게 먹을 때마다 속이 별로 좋지 못하다. 소주병을 집어든 건 사진을 찍으려는 친구에게 뭔가 색다른 포즈를 취해주고 싶었기 때문. 기껏 생각해낸게 술병 들기였다니 좀 어이없기도 하지만.
사진을 보며, 나도 나이를 먹어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끔 자기소개가 필요할 때 내 나이를 밝히면 주변 사람들은 (여전히) "헉" 하는 반응을 보이지만, 그것은 단순히 어려보여서가 아니라, 스물 다섯이란 내 나이가 이미 "어른"의 나이이기 때문이란 것도 안다. 나는 어려보이는 것이 아니라, 어른의 나이로 보이지 않는 거다.
회사를 그만둔 후, 술은 거의 마시지 않는다. 가끔 내가 정말 술을 못먹는 건지, 술을 싫어하는건지, 그냥 안먹는 건지 헷갈릴 때가 있다. 다만 확실한 건 난 맥주를 잘 마시지 못한다는 것. 허나 대부분 "가볍게 한 잔 하자"는 맥주를 의미하고, 난 소주나 양주보다도 맥주에 더 쉽게 취하고 더 뼈가 아프고 더 빨갛게 되며 결국에는 알레르기까지 일어나기 때문에 맥주를 피하게 되고, 그러면 술을 피하게 되는 것이나 다름없게 된다. 그래서 안마시는걸까?
마이페이퍼 오픈 압박감 기념하여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