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서의
괴로움』
오카자키
다케시 /
정은문고
책읽기의
즐거움은 책을 한 권 한 권 모으기 시작해서 책장에 꽂아두는 기쁨으로 이어진다.
고교시절
선생님 중 한 분의 댁을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제법 많은 책이 들쑥날쑥 꽂혀있었다.
그러니까
키 높이가 잘 안 되었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그분이 학교에선 한 깔끔하신 편이다.
흐트러진
모습을 못 참으신다.
그런데
책장은 어찌 이렇게 산만한가.
나중에
조심스럽게 여쭤봤다.
책을
왜 그렇게 꽂아놓으셨어요.
시간이
없어서 그러셨다면 제가 정리 좀 해드릴까요?
그러자
그분의 말씀.
“책을
구입한 날짜순으로 꽂아놓았지.”
나-
“아하~”
그러나
나는 그 방법을 따르진 않는다.
읽은
책과 읽을 책은 구분해도 날짜순 들쑥날쑥 으로 꽂아두면 책을 얼른 찾기 힘들어진다.
큰
책 속에 작은 책이 숨어 있는 경우가 종종 있다.
책이
모아지다 보면 책 속에 파묻혀 지내게 된다.
행복한
고민이라고 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집에
책이 많지 않은 사람들은 여유롭기에 하는 말이다.
책이
많아지다 보면 방바닥이 꺼지거나 집이 무너지지 않을까 걱정하게 된다.
이쯤
되면 독서의 즐거움이 장서의 괴로움으로 바뀐다.
이
책에는 장서가가 모은 책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집이 무너졌다거나 무너지기 직전의 사례가 잇달아 나온다.
“10년
전쯤 어떤 사건이 있었다.”
도쿄
내 목조건물 2층에
살던 남자가 방에 잡지를 대량으로 쌓아두다가 바닥에 구멍을 내버렸다.
그는
잡지 더미와 함께 바닥을 뚫고 1층으로
낙하했다.
하지만
크게 다친 데 없이 두 시간 만에 무사히 구출됐다.
일층에
살던 노인은 사건이 일어나기 전부터 천장,
그러니까
2층
바닥에 이상이 있음을 감지하고 가까운 경찰서에 상담하러 갔었기에 화를 면할 수 있었다.
저자는
이 사건의 당사자인 이층남자에 대해 이렇게 평가한다.
‘바닥을
뚫은 남자는,
장서가나
수집가라기보다 그저 게으름뱅이였던 것 같다.’
물론
이 사정은 한국과 다른 면도 있다.
대부분
일본의 가옥은 목조와 다다미로 구성된다.
그러나
철근 구조물의 아파트라고 안심 할 수 없다.
어느
한국의 책쟁이(책벌레라고도
부른다)는
건축사인 친구에게 부탁해서 아파트가 무너지지 않을까 진단을 받았단다. 저자는
한 개인이 소장하는 장서를 500여
권 정도로 엄선하는 방법을 권유한다.
저자의
기준이라면 이미 나는 두 배나 된다.
나의
서재엔 약 1,000권의
책(좀
더 될지도 모르겠다.
굳이
정확히 셀 필요성을 못 느낌)이
3면벽
벽 서고에 담겨 있다.
이중
전공서적은 400여권(거의
원서)이다.
전공서적
외 넘치는 책은 키핑과 기증으로 해결한다.
저자가
독자에게 주고 싶은 교훈 :
1) 책은
생각보다 무겁다.
2층에
너무 많이 쌓아두면 바닥을 뚫고 나가는 수가 있으니 주의하시길.
2) 그
순간 자신에게 신선도가 떨어지는 책은 일단 손에서 놓을 것 (팔던
남을 주던).
3) 헌책방에
출장 매입을 부탁할 때는 어떤 책이 얼마나 있는지 명확히 전달해야 한다.
4) 책장은
서재를 타락시킨다.
필요한
책은 곧바로 손에 닿는 곳에 있는 게 이상적.
5) 책은
상자 속에 넣어두면 죽는다.
책등은
늘 눈에 보이도록 한다.
6) 책장은
지진에 약하다.
지진이
나면 책이 흉기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도록. 7)
장서는
불에 잘 탄다.
자나
깨나 불조심!
8)
책은
집에 부담을 준다.
집을
지을 때는 장서의 무게를 계산해두자.
9) 트렁크
룸(소규모
개인 임대 창고)을
빌렸다고 안심해선 안 된다.
조만간
꽉 차버린다는 것을 유념하자.
10) 진정한
독서가는 서너 번 다시 읽는 책을 한 권이라도 많이 가진 사람이다.
11) 생활력과
(책)수집력을
동시에 갖추려면 규칙적으로 생활해야 한다.
그래야
가족도 이해해준다.
12) 종이책을
사랑하는 사람은 전자서적이 어울리지 않는다.
그러므로
장서의 괴로움을 해결하기 어렵다.
13) 수수한
순문학 작품은 팔아버리더라도 도서관에 가면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14) 장서를
한꺼번에 처분하고 싶다면 ‘1인
자택 헌책시장’을
추천!
잘
팔기 위한 핵심은 책값 매기기에 있다(일본의 경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