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패치 인류세 》 - 인간과 생태계를 잇는, 인류학의 새로운 자연사
_애나 로웬하웁트 칭 외 / 해나무 (2026-09-30)
원제 : Field Guide to the Patchy Anthropocene
책 제목으로 쓰인 인류세는 무엇인가? 인류세(Anthropocene)는 인류의 활동이 지구의 지질이나 생태계에 미친 영향에 주목하여 제안된 지질 시대의 구분 중 하나이다. 인류가 지구 환경에 유의미한 변화를 초래했다는 점에서 기존의 홀로세(현세)를 대신해 새로운 시대로 분류하자는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좀 더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인류 활동으로 인한 기후 변화, 생물 다양성 상실, 인공 물질의 확산 등이 주요 특징으로 꼽힌다. 인류세의 대표적 물질로는 방사선, 대기 중 이산화탄소, 플라스틱, 콘크리트 등이 언급된다. 닭 뼈, 플라스틱, 알루미늄 등을 인류세의 증거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인류세는 사회적으로 널리 사용되는 용어이나, 지질학적으로 공식 채택될지는 여전히 논의 중이다.지질학적 시간 단위에 비해 인류가 영향을 미친 시간이 너무 짧다는 반론도 존재한다.
그렇다면, 패치 인류세는 무슨 뜻인가? 인류세 현상이 어느 특정지역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는 조각보처럼 지구 곳곳 분리된 지역에서 나타난다는 것을 입증시켜주는 개념이다. 어쩌면 인류세에 대해 반대 측 입장인 ‘지질학적 시간 단위에 비해 인류가 영향을 미친 시간이 너무 짧다’는 반론에 대한 반론일 수도 있다. 발달된 교통수단으로 예전에 비해 인간의 이동은 더욱 더 빨라지고 있다. 그러나 인간들보다 더 빠르게 장소를 옮겨 다니는 존재들이 있다. 균류, 동식물과 같은 인간 외 존재들이다. 인간이 잠들어 있을 때도 이들은 열심히 빠르게 경계를 넘나들며 이동한다.
이 책『패치 인류세』의 공저자들(이하 단수로 표기)은 인간 인프라의 복잡성으로 인해 다종 생태계를 유지하는 시간적 일치가 붕괴된다고 주장한다. 인프라가 땅과 물, 공기를 변화시키고, 이 변화에 맞닥뜨린 모든 생물이 거기에 반응하는 과정에서 이탈 효과가 생긴다는 것이다. 지난 500년 동안 지구상에서 행해진 제국주의적, 산업적 인프라가 지구 표면을 변화시킨 예외적인 힘으로 지목되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 예외적인 힘이 지구상에 사는 인간과 인간 외 존재 전체의 생명과 삶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저자는 제국주의적, 산업적 인프라를 대거 허무는 것(또는 제거하는 것)이야말로 인간 너머 존재(more-than-human)의 생존과 삶의 질을 확보하는데 가장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책은 크게 4파트로 편집, 구성되었다. ‘패치’에선 인류세 연구에 현장 관찰 도입하기(통계 숫자만 들여다보는 것에서 탈피), ‘파열’은 인류세 현상이 폭발적으로 확산하는 방식, ‘역사’에선 지구상 미래의 암울한 역사를 내다보고 있다. 더 이상 인류가 지구의 주체가 아니라는 것이다. 인류세의 새로운 역사를 인간 외 존재들이 만들어가고 있다는 것을 지적한다. 그 중심에는 ‘균류’가 자리 잡고 있다. 이탈종(또는 변형종)인 균류는 들판과 숲을 싹 쓸어내고 생물 종을 멸종시킬 만큼 위력이 강하다. 그들은 끊임없이 자신을 재구성해서 유리한 미래를 확보한다. 마지막 챕터인 ‘인식론’에선 ‘패치’적 인식론이 주제이다. 인류세 세계를 관찰하고 기록하고 참여하는 다양한 방식을 활용해 지식을 조합하는 법을 제시하고 있다.
이 책이 전해주는 메시지는 강렬하면서 단호하다. 인간이 자초한 환경 재앙의 심각성을 알려주고 그 안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를 큰 물음으로 던진다. 주체와 장소에 따라 달라지는 측면도 있지만, 위기에 처한 것이 무엇인지. 누가 어떤 방식으로 영향을 받는지에 대한 이야기도 귀담아 들어야 할 것이다. 다양한 사례와 많은 사진과 그림이 텍스트의 이해를 돕고 있다.
#패치인류세
#인간과생태계
#기후위기
#인류학
#자연사
#해나무
#인디캣서평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