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꽃을 보다, 마음을 듣다 》 - 정원을 가꾸며 내면에 귀 기울이는 시간
_김현호 (지은이) / 샘터사(2026-04-29)
내 어릴 적, 집 한 귀퉁이에 작은 꽃밭이 있었다. 정원이라고 하기엔 부끄러운 작은 꽃밭이었다. 그래도 서울에 살면서 내 친구들 집에는 그나마 꽃밭이 없는지, 모두들 우리 집에 와보곤 신기해했다. 그 꽃밭 덕분에 그 무렵 친구들보다 꽃 이름을 많이 알게 된 듯하다. 봉선화, 채송화, 맨드라미, 진달래, 개나리, 코스모스, 해바라기 그리고 지금은 잘 기억이 나지 않은 많은 들꽃들도. 삭막한 겨울을 넘기고 봄이 오면, 이곳저곳에서 꽃망울을 터뜨리는 것을 보고 신기해했던 기억을 떠올린다.
이 책의 지은이 김현호 작가는 언론계에 재직하다가 은퇴 후, 경기도 양평에서 전원생활을 하면서 느낀 상념들을 정리했다. 도회생활에서 전원생활로 바꾸는 것이 그리 낭만적이고 보람찬 생활이 아니라는 것은 모두 잘 알고 있다. 심지어는 그곳에서 태어난 사람이 오랜 타지생활을 하다가 귀향해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라고 한다. 짐작하듯이 사람을 힘들게 하는 것은 사람, 사람들이다. 지인 중 한사람은 서울생활을 하다가 정년퇴직 후, 아내 고향인 충청도 어드메로 거처를 옮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0년이 다 되도록 지역주민들과 물과 기름 같은 관계가 이어지자, 승용차로 1시간 거리에 있는 귀농자들만 모여사는 마을로 마실을 간다고 한다.
다행히 지은이는 “은퇴 후 나의 삶을 바꿔놓은 건 8할이 전원(田園)”이라고 한다. 텃밭과 정원 가꾸기에 열심이다. 치열한 경쟁과 압박이 지배하다보니 감각마저 무뎌지는 도심의 사무실에서 벗어나 흙과 나무와 꽃이 어우러지는 자연 속으로 삶의 토대를 옮겨오면서 내면이 평온하고 섬세해졌다고 한다. 지은이는 시골로 내려와서 처음엔 오직 텃밭만 생각하고 있었다고 한다. 선친이 시골초등학교 교사였을 때, 당시 교사들에게 ‘실습지’라는 이름으로 텃밭이 주어졌을 때부터 흙과 친해졌다고 한다.
전원생활 몇 년 후, 열 고랑이 넘는 텃밭에서 채소를 기르며 낙원을 만끽했다. 그런 어느 날 낙원의 평화가 깨어지는 일이 생겼다. 외부적인 상황이 아니라 내부에서 일어난 사건이다. 아내 되는 분이 “더 이상 못 살겠다”고 아파트로 가자고 한 것이다. 텃밭생활에 진력이 났다는 것이다. 난감했다. 다시 아파트로 돌아가는 것은 지은이에겐 도저히 견디기 힘든 일이었다. 절충안이 나왔다. 텃밭을 정원으로 바꾸는 것이다. 많은 고랑 중 두 고랑만 살려두기로 하고 정원가꾸기 작업이 진행되었다. 그 후 아내되는 분 입에서 아파트 이야기는 다시 거론되지 않았다.
지은이가 계속 텃밭만 고집했다면, 아마도 이 책은 나오기 힘들었을 것이다. 누군가 정원은 천국의 한 조각이 지상에 떨어진 것이라고 했다. 정원에 그득한 다양한 꽃들을 보면 자연스럽게 그런 느낌이 들 것이다. 이 책을 통해 모르던 꽃들 이름을 많이 알게 되었다. 책 제목에 ‘꽃’이 들어가는데, 꽃 사진이 생각보다 그리 많지 않다. 아쉽다. 아울러 은퇴 후, 심리상담사로 제2의 삶을 운영해가고 있는 지은이에게 아낌없는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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