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冊을 읽어야知
  • 바보들의 배
  • 제바스티안 브란트
  • 19,800원 (10%1,100)
  • 2025-12-01
  • : 407





《 바보들의 배 》 | 구텐베르크 클래식 시리즈

    _제바스티안 브란트(지은이), 김태환(옮긴이)

    / 구텐베르크(2025-12-01)  _원제 : The Ship of Fools



“밤바다 위로 돛이 가득한 목선이 어둠 속을 떠돌고 있다.”


돛을 가득하게 세워놓으면 어디든 갈 수 있을까? 배를 운전하는 데 미숙한 사람들은 오로지 돛에 의지해 험한 바다를 항해하고 있다. 더군다나 그 목선은 낡았다. 목선에는 온갖 어리석음으로 무장한 별난 인간들이 잔뜩 실려 있다. 각자 자기 나름대로 소중하다는 것을 품에 안고 있다. 어떤 이들은 죽으면 죽었지 이 물건들은 놓지 못한다는 결연한 표정을 짓고 있다. 그들은 이 항해의 목적지가 천국 나라고니아(Narragonia)라 굳게 믿는다. 그들이 꿈꾸는 이상향, ‘바보들의 땅’이다. 그러나 이 나라고니아는 지상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오직 어리석음 그 자체를 목적으로 삼는 공허한 관념의 영토다. 그곳은 현명함을 조롱하고 무지를 숭배하며, 허영과 기만을 미덕으로 치장하는 자들만이 꿈꾸는 곳이다. 그리고 이 배는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이기도 하다.



이 책의 지은이 제바스티안 브란트(1457~1521)는 15세기 말 독일 인문주의 시대를 대표하는 학자이자 우인문학(愚人文學)의 창시자다. 우인(愚人)은 어리석은 사람을 뜻한다. 이 소설의 주인공들이기도 하다. 지은이는 이 책에 첫 번째 바보부터 여든 번째 바보까지 소개한다. 세상에 이렇게 많은 바보들, 별별 바보들이 있는 줄 몰랐다. 그러나 여든 번째 바보들까지 모두 만나보는 동안, 내 모습도 종종 보이기에 뜨끔했다. _두 번째 바보〈법정과 관청을 오염시키는 부당한 조언가와 법률가〉: 수많은 바보들이 의회(또는 국회)에 한 자리를 차지하지 못해 안달이 나 있다. 지은이는 이들이 정의가 무엇인지 전혀 이해하지 못하며, 마치 눈먼 장님처럼 벽이나 더듬으며 길을 걷는 자들이라고 평한다. 또 이런 말도 덧붙인다. 모든 사람은 죽은 뒤에, 자신이 이 땅에서 내렸던 모든 판결과 마주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그가 남에게 던졌던 돌이, 결국 자신의 머리위에 떨어질 것이라는 이야기다. “이 땅에서 정의를 지키지 않는 자는, 저 너머에서 가장 가혹한 정의를 만나게 되리라.”



_서른다섯 번째 바보〈사소한 일에 크게 노하는 자〉: 내 주변에서 작은 일에도 불같이 화를 내는, 소위 뚜껑이 열리는 분노조절장애자들을 종종 보게 된다. 그 모습을 보면 나 역시 화가 나면서, 한편 안타깝다. 마치 그들은 그렇게 자신안의 광기를 겉으로 내놓으면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 보이고 싶어 한다는 느낌도 든다. 특징적인 것은 그들은 혼자 있을 때는 얌전하다. 뚜껑도 잘 닫고 있다. 자신의 광기를 봐줄 사람, 관중이 있을 때만 요란하다. 그런데 왜 이 대목에서 ‘격노(激怒)’라는 단어가 생각나는지. 참. “진정 현명하고 차분한 사람이라면, 쉽게 화내지 않는다. 완고하고 쉽게 분노하는 성격은 오직 어리석은 이들의 특징이다.” 



80가지 바보들 중 겨우 두 개만 소개했다. 바보 타이틀 몇 가지만 더 올려본다. ‘탐욕과 낭비사이에서 방황하는 자’,‘외양 치장에 매몰된 허영의 노예’,‘헛된 부에 탐닉하는 자’,‘말 많고 수다스러워 신뢰를 잃는 자’,‘남을 꾸짖으면서 스스로는 더 큰 죄를 짓는자’,‘어른들의 나쁜 본을 그대로 좇는 아이들’(어른이 나쁜가? 아이들이 나쁜가?), ‘자기 일도 못하면서 남의 일에 참견하는 자’ 등등이다. 지은이는 당대 유럽사회의 허위와 맹목, 어리석음을 날카롭게 비판하는 글쓰기로 명성을 얻었다. 특히 중세말기의 최대걸작으로 꼽히는 이 책『바보들의 배』(1494)는 당대사회의 정치, 종교, 문화를 통렬하게 풍자하는 사회 비판서이자 우인문학의 시초로 자리매김했다. 책은 고전문학과 성서, 신화, 역사서, 잠언집 등 다양한 문헌에서 인용했다. 독특하고 날카로운 해석으로 인문 교양서 역할도 톡톡히 한다. 아마 지은이가 현시대를 같이 호흡하고 있었다면, 더 많은 바보들 이야기를 시리즈로 들려주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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