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꽃과 뼈 》| 여성 작가 스릴러 시리즈 1
_줄리아 히벌린 (지은이), 유소영 (옮긴이) / (주)태일소담출판사
꽤 오래전, 친구가 그 당시(70년대 중반) 반짝 유행하던 '마인드 컨트롤' 프로그램에 함께 참여해보자고 권유해서 간적이 있다. 첫 시간에 강사가 호흡법을 알려주면서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떠올려보라고 했다. 내 생각의 서랍을 열어보니, 아무리 뒤져도 행복한 순간을 찾기 힘들었다. 강사가 행복을 찾아보라고 권유했던 것은 산만한 사념들을 정리하고 한 곳에 모아 보라는 뜻이리라 짐작했지만, 강사가 준 시간을 다 흘려보내도록 결국 ‘행복 찾기’는 물거품이었다. 오히려 안 좋았던 기억들만 줄줄이 딸려 올라왔다.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평소 잠들기 전 그 몇 분의 나른한 기분을 불러들였다. 그러다 진짜 잠들 뻔했다. 개인적인 차이가 있겠지만, 살아오면서 안 좋았던 기억들, 불쾌했던 기억들, 위험했던 순간들의 기억은 참으로 질기다. 잊을만하면 스멀스멀 올라온다.
『꽃과 뼈』 책 이야기로 들어가 본다. 꽃과 뼈라는 매우 이질적인 단어의 조합이다. 이 책의 원제는 '블랙 아이드 수잔'이라는 꽃 이름으로 되어있다. 블랙 아이드 수잔이라는 꽃이 정말 있나 찾아보니, 있다. 더러 작은 해바라기 꽃으로 오인 할 법도 하다. 선명한 노란색 꽃잎과 진한 원뿔 모양의 꽃받침이 특징이다. 꽃 중심부분에 선명한 검은색 때문에 ‘블랙 아이드(검은 눈)’라는 명칭이 붙여진 듯하다. 이 꽃 이야기를 적는 이유는 이 소설의 처음과 끝까지 조연을 맡고 있는 꽃이기 때문이다.
10대 소녀인 소설의 주인공 테사 카트라이트는 블랙 아이드 수잔 꽃이 흐드러진 들판에서 목이 졸린 여대생과 한 무더기 사람 뼈와 함께 버려져있었다. 운 좋게도 목숨은 건졌지만, 그 충격으로 몸에 깊은 상흔과 함께 한동안 실명상태로 살아가야했다. 테사는 수잔 꽃 무더기에서 살아났기에 수잔이라는 닉네임이 붙었고, 미확인된 소녀들의 시신들은 '수잔들'이 되었다. 소설은 테사의 과거와 현재(십 수 년이 지난)를 오간다. 경찰은 연쇄살인마의 범행으로 결론을 내린다. 테사의 증언으로 한 사내가 용의자로 지목된다. 그 사내는 범인으로 판결 받고 사형을 선고받는다. 그러나 그 후 테사는 그 사내가 진범이 아닐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수잔 꽃이 6월부터 9월까지가 개화기인데, 2월에도 테사의 집 창문 밑에 누군가가 수잔 꽃을 심어놓고 가기 때문이다. 매우 혼란스럽다. 그리고 애증의 친구 리디아가 행방불명되었지만, 테사는 리디아가 어딘가 살아있으리라는 예감이 멈추지 않는다. 스릴러 소설이 대부분 그러하지만, 3분의 2쯤 지나자 서서히 정리가 되기 시작한다. 결말은 충격적이다. 예상을 뒤엎는 반전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이 소설은 소담출판사가 여성작가 스릴러 시리즈 첫 권으로 발간한 책이다. 이 소설의 작가 줄리아 히벌린의 몇몇 작품은 15개국 이상에서 번역 출간되었다고 한다. 그녀는 풍부한 구성과 아름다운 서술로 독자에게 긴장감을 선사하고, 사회문제에 깊이 스며있는 주제들을 소설로 구현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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