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간다는 건 사건과 사실의 연속이다. 우리는 그 중 대부분을 알지도 못한 채 생을 마감하고 더러는 기억하고 더러는 의도치 않게 알게 되어 기쁨 혹은 괴로움에 빠지기도 한다.
일라이가 발견한 <두개골의 서>는 아마도 세 번째 경우에 속하리라.
우연히 도서관에서 발견한 고대 경전 - 그런데 이 책이 고맙게도 영생의 비밀의식을 알려주고 있다!
의식에 필요한 구성원은 4명. 다행히 그에겐 3명의 룸메이트가 있고 그들을 그 의식으로 끌어들인다.
여기까지는 모든 게 순조롭고 영생은 그들의 것인 것만 같다.
아니 정정하자. 그들 중 두 명의 것으로-
이 의식이 완성되기 위해서는 그들 중 2명은 반드시 죽어야만 하고
이 전제가 내포한 의미에 대해 그들은 적당히 사고하고 간과한 채 애리조나로 길을 떠난다.
구성원은 유태인 일라이, 동성애자 네드, 캔자스 농가출신 올리버, 전형적 WASP 티모시.
계층적, 인종적, 지역적, 성적 그룹을 대표하는 이 4명은 각자의 목소리로 이 책을, 의식을 진행해나간다.
표피 이면에 존재하는 두개골.
사건 뒤에 숨어있는 사실.
(사실 두개골은 이면의 진실에 대한, 유치하리만치 노골적인 메타포이지 않은가.)
각 계층을 대표하는 4명에겐 그 계층으로써는 할 수 없고 하지 말아야 할 사건들이 은닉되어 있고, 진실이 드러나자 그들의 질서는 무너져 버린다.
그러나 그 무너져버린 질서는 의식 완수의 핵심 과정이 되었고
그렇기에 이 책은 의식의 승리자인 최후의 두 명에 대해서도 모호한 시선을 던진다.
그래, 영생을 얻었어. 그런데 그게 네가 원한 것이긴 한 거야?
허허로운 두개골의 비웃음이 들린다.
단지 이 거대한 사회에서 고작 너.희.둘.이.란.존.재.가.영.생.할.뿐인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