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Placebo의 일상으로의 초대
제목없음
플라시보  2011/10/13 01:34

방금 책 계약을 하고 돌아오는 길이다. 

역시 있는 원고로 책을 내는게 짱이란 생각을 다시 한 번 한다. 

그리고 블로그질이 결코 의미없는 시간은 아니었어 음 좋아좋아 한다. 

사실 첫번째 책을 낼 때 만큼 뛸듯이 기쁜건 아니다. 

기쁨도 자주 겪다보면 무뎌지나보다. (무뎌질만큼 겪지도 않은것 같은데 말이다.)

하지만 잘 쓰고 싶다는 정말 잘 해 보고 싶다는 마음 만큼은 무뎌지지 않기를 기도한다. 

나에게 이거 아니면 끝장, 이거 아니면 죽음은 

글을 쓰는 것 이외에는 없으므로 

죽을 때 까지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일은 글을 쓰는 것이므로 

다행스럽게도 시대를 잘 타고 난건지 눈먼 에디터들 및 출판사 사장님들을 만났는지 

내 글들이 책의 형태로 나올때마다 나는 스스로에게 '넌 복받았어' 라고 말 해 준다. 

이번에는 계약을 하는지도 모르고 갔다가  

편집장님이 당장 계약을 하자고 하는 바람에 

도장없이 싸인만으로 계약을 하고 왔다. 

남은 것은 900편에 달하는 블로그 글 중에서 뭘 책에 넣을지 선별하는 작업. 

쓸때는 아무 생각이 없었는데 

막상 책으로 내겠다 생각하고 살펴보니 약간 헉겁할 분량이다. 

편집장도 읽다가 읽다가 지쳤다며.. 

알라딘에는 

항상 그렇듯 고맙고 미안하고 그렇다. 

내가 왜 고마운지는 아마 나를 주욱 지켜본 분들은 아실 것이다. 

몇몇 분들은 나에게 실망을 하셨을지도 모른다. 

아니 사실 꽤 실망했으리라 본다. 

그러나 그냥 다 고맙다. 

오늘의 나를 있게 해 준건 알라딘이 시작이었고 

여기가 아니었으면 나는 그런 행복을 끝내 누리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다 까발리고 말은 못 하지만 (그렇게 되어버린 것은 나도 매우 유감이지만) 

어찌되었건 여기만 오면 미안하고 고맙고 그렇다. 

아무튼 

책이 두 권이 거의 동시에 진행될 듯 해서 

매우 바빠질 것 같다. (어쩌면 마음만 바쁠지도..) 

늘 하는 생각이지만 

글을 쓰면서 항상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 

지금의 내가 아무리 못났다 하더라도 글을 쓰면 

그렇게 쓰다보면 언젠가는 참 좋은 인간이 될 것 같은 이 이상한 믿음이 어디서 오는 건지는 

 나도 모르겠지만. 

아무튼 좀 더 나은 인간이 되기 위해. 좀 더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라도 

끝끝내 글을 쓸 것 같다. 

내게 주어진 역할 그리고 타이틀이 뭐건 간에 

여기에 오면 나는 알라딘의 플라시보가 된다. 

그건 참 다행스러운 일인 것 같다. 

이제는 플라시보가 누구람? 하는 사람이 더 많겠지만 (그때도 그랬었나?) 

아무튼 플라시보라는 아해가 있었고 

그 아해는 알라딘을 통해서 글을 쓸 자격을 얻었다. 

그래서 고맙고 

또 나름대로 미안하고 그렇다. 

이 복잡한 심경을 누군가는 알아주리라 생각할 뿐이다. 

멀리서나마 아무 말 없이 응원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지금 니가 잘못하는게 절대 아니라 말 해 주는 사람들이 이 곳에 있다는 것이 

나에게는 복인 것 같다. 

그 복을 언제까지 누릴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잘 했는지 못 했는지는 

내 생이 다 하기 전 까지는 나도 판단할 수 없을 것 같지만 

다만 너무 나쁘지는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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