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옥의 '질투는 나의 힘'에서 문성근은 자신있게 말한다. 솔 벨로 읽어봤어? 문체란 그런 거지.
그리하여 몰래 솔 벨로를 찾아 읽는 박해일이 가졌을 법한 의문, 그래서 문체가 어쨌다고?
그래. 번역본은 번역본일 뿐, 문체 운운하려면 영어사전 옆에 두고 원서를 읽을 일이지(그것도 여러 권), 번역서에서 작가 특유의 문체를 느끼기엔 내 능력이...해일아, 너는 원서를 읽었드냐?
이 냥반 책도 번역되어 나와 있는 게 거의 없고, 세로줄 읽기에 익숙치 않음에도 애써 찾아 읽은 소설들도 번역이 오래된 것들이라 참 힘겨웠던 기억.
그러한 사정이 있더라도 그의 작품이 당시 미국의 현실을 재미있게 조립하고 있고, 주로 다루는 자본주의 루저들의 심리 상태와 그들을 파멸로 몰고 가는 저간의 상황, 대비되는 인물들의 생생함은 어쨌든 인정하고 볼 일이다.
주인공보다 흥미로운 인물인 탬킨 박사의 잠언과 사기(구라) 중간 쯤에 놓일 법한 이야기는 웬만한 코미디 저리 가라다. 도대체 이 세상에 믿을 만한 사람이, 이야기가 있어야 말이지. 그럼에도 주인공처럼 늘 반신반의하며 살 수 밖에 없는 인생이라니. 그래서 마지막 장면, 주인공이 우연찮게 들어가게 되는 낯선 이의 장례식에서 끝내 터뜨리고 마는 울음이 내 것 같기도 하고 내가 아는 이들의 익숙한 그것 같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