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을 먹은 후 동네 산책에 나설 때, 투명한 보안경을 쓰거나 나뭇가지를 꺾어 부채를 만들어 손에 쥔다. 눈에서 알짱대는 눈초파리가 무서워서다. 사람의 눈분비물에 환장하는 눈초파리가 눈에 들어간 적이 있다. 양양 읍내까지는 여기서 자동차로 40여 분 거리인데 안과가 없으니 속초까지 가야 했다. 대기하는 환자는 또 얼마나 많은지. 눈초파리가 눈에 알이라도 까면...상상만 해도 겁이났다.

다래나무를 확실하게 구분하게 되니 온통 보이는 게 다래나무다. 남편이 나뭇가지를 꺾어 부채를 만드는데 옅은 노란색 뭔가가 선녀처럼 나폴거렸다. 쌀알만한 크기로 앙증맞고 신기했다. 이렇게 아름답고 우아한 벌레라니. 검색해보니 갈색날개매미충 또는 미국선녀벌레로 약충(새끼벌레)이 몸에 보호용 왁스(실 같은 물질)를 두르고 있는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해충이란다. 농작물에 해로운 벌레로 처분 대상이다. 그저 태어났을 뿐인데 환영 받지 못하는 존재. 하늘 저 높은 곳에서 내려다 볼 때 인간이나 저 벌레나 먼지이긴 마찬가지인데...
수년 전 전등사에서 템플스테이를 했었다. 차담 시간에 스님의 말씀을 듣다가 해충 이야기가 나왔다. 한 참가자가 스님에게 물었다. "불교에서 살생을 금지하는데 모기 같은 해충의 생명도 존중해야 합니까?" 스님의 대답은 이랬다. "그건 예외입니다. 해충이잖습니까?" 깊이가 부족한 대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도 마찬가지.
괜히 눈초파리나 미국선녀벌레한테 미안해지는 산골 저녁 한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