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걷듯이 읽고, 읽듯이 걷고

여러 책을 집적대며 읽다가 시그리드 누네즈를 만난 순간 그에 꽂혀 내리 다섯 권을 읽었다.






























두 권은 도서관에서 빌려 읽고, 세 권은 구매했는데, 그 중 두 권은 다 읽은 후 중고매장에서 팔아치우고, <우리가 사는 방식>은 기내에서 읽으려고 남겨두었는데, 정말로 기내에서 끝까지 읽었다. 기내에서 책을 완독하기는 처음이다. (이제는 책을 쟁여두지 않으려고 한다. 나중에 누군가의 손을 빌려 처분하느니 그냥 내 손으로 깨끗하게 정리하고 싶다.)


다섯 권을 읽었으나 한 권 읽은 느낌이랄까. 소설 같기도 하고 에세이 같기도 한, 친구들의 수다보다 더 재밌는 얘기들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 남는 것? 재밌게 읽고 읽는 순간 즐거웠다는 것. 이것만으로도 만족스러우면 되지 않을까요? 그래도 남는 게 있다면,


*엘모어 레너드(Elmore Leonard)의 글쓰기 십계명 얘기가 나오는 데 그래서 찾아봤다.

1. 절대 책을 날씨 이야기로 시작하지 마라. 

2. 프롤로그는 피해라.

3. '말했다'외의 동사로 대화를 장식하지 마라.

4. '말했다'를 수식하기 위해 부사를 절대 쓰지 마라.

5. 느낌표를 통제하라.

6. '느닷없이', '갑자기' 같은 단어의 사용을 삼가라.

7. 지역 방언이나 속어를 과도하게 쓰지 마라.

8. 등장인물에 대한 상세한 묘사는 피해라.

9. 장소와 사물에 대해 너무 자세히 설명하지 마라.

10. 독자가 건너뛰어 읽을 만한 부분을 과감히 빼라.


책에서 누네즈가 소개한 부분은 '절대 책을 날씨 이야기로 시작하지 마라' 였는데 나머지도 궁금해서 찾아보았다. 한마디로 지루한 묘사나 쓰지 말라고 한다. 마음에 든다.


영화 <도쿄 이야기>. 오즈 야스지로 감독의 1953년 일본 영화. 유튜브에서 무료로 감상했다. 작중 인물들의 짤막한 대사가 귀에 잘 들어와서 내심 놀랐다. 내가 일본어를 알아 듣다니..보다는 너무나 이해가 잘 되는 내용이라서 그렇다. 수전 손택은 해마다 이 영화를 보았다나. "매년 최소 한 번은 영화관에서 봐."


<친구>에는 178쪽에 비트겐슈타인 이야기가 나온다. 세 형제가 자살로 생을 마감해서 비트겐슈타인만큼은 그렇게 죽지 않으려고 했다는 인상적인 부분.


내가 읽은 다섯 권 중 <어떻게 지내요>가 가장 아름다워서 원서를 구입했다. 언젠가는 읽으리오.
















<우리가 사는 방식>은 수전 손택의 얘기라서, 맨 마지막에 읽은 책이라서 기록해보기로 한다.


p.93

버지니아 울프는 문학이 종교이고 자기는 사제인 것처럼 살았다. 수전은 작가가 곧 영웅이라는 토머스 칼라일의 해묵은 과대 표현을 떠올리게 하는 사람이었다. 이보다 더 고귀한 추구, 더 위대한 모험, 더 보람 있는 도전은 있을 수 없었다.


p.95

아무리 좌절하고 위축될지라도, 책을 쓴다는 게 마치 기나긴 형벌처럼 느껴질지라도, 수전은 절대 다른 길을 택하지 않았으리라는 게 명백했다.


p.96

20쪽짜리 글을 쓰기 위해 책장 한 칸을 다 채울 만큼 많은 책을 읽고, 몇 달을 들여 글을 쓰고 또 고쳐 쓰고, 타자 용지 한 묶음을 다 털어 쓰고야 비로소 완성했다고 하는 것. 진지한 작가에게는 이게 보통이었다.(중략) "내가 쓰는 글이 반드시 필요한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야 해." 이건 이해할 수 없었다. 필요하다고? 그렇게 생각하면 한 줄도 못 쓸 것 같았다.


p.149

수전은 뉴욕 그 자체였다. 열렬한 격찬, 정력과 야망, 할 수 있다는 자신감, 어떤 난관도 물리치겠다는 정신, 어린아이 같은 본성. 또한 자신만을 예외이며 뭐든 의지의 힘으로 해낼 수 있다는 믿음, 스스로를 만들어낼 수 있고 다시 태어날 수 있으며 새로운 기회가 끊임없이 주어져 모든 것을 누리리라는 믿음을 지닌 사람으로서, 내가 만나본 누구보다 더 미국적인 사람이었다.


p.151

수전이 하는 작은 의식중에서 많은 사람이 따라한 것이 있다(그것 말고도 많은 것들을 따라했지만). 여행을 떠나기 직전에 서가를 훑어서 아직 읽지 않은 책을 찾아 들고 가는 습관이다.


p.155

수전이 가장 좋아하는 책 가운데 하나가 발자크의 <잃어버린 환상>이다. 수전은 나에게 그 책을 당장 읽으라고 했다.


















p.67

수전이 나에게 추천한 책 중에서 읽고 후회한 책은 단 한 권도 없었다. 우리가 마지막으로 만났을 즈음에는 W.G.제발트이 <이민자들>을 입에 침이 마르게 칭찬했다 이 책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책 가운데 하나가 되었고 나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제발트라는 이름을 처음 들은 것도 수전한테서 였다.
















누네즈의 책에는 부르디외를 인용하는 부분도 있어서 부르디외도 들여다보고 싶었다. 잘 읽힌다.
















누네즈를 읽고 영화와 책을 발견하는 기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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