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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듯이 읽고, 읽듯이 걷고

뻘짓. '아무런 쓸모없이 헛되게 하는 짓.' 


악기 하나쯤 두드리며 살고 싶었다. 여행지에서 과감하게 거리버스킹은 못하더라도 게스트하우스에서 여행자들과 함께 소심하게라도 악기 하나쯤 품에 끼고 두드리고 싶었다. 고심 끝에 내린 결정은 해금. 기타보다 작으니 배낭과 함께 질머져도 부담이 적을 것 같았다. 한번 생각이 꽂히니 어떻게든 악기를 손에 넣어야 하고, 손에 넣었으니 어디선가 선생님을 찾아 배워야 한다는 조바심이 일었다. 그렇게 몇년을 벼르다가 드디어 어느 봄, 해금을 구입하고 배울 곳도 어렵지 않게 찾아냈다. 한여름에 악기 가방을 어깨에 메고 버스를 타고 국악당에 가서 다른 수강생들과 함께 수업을 듣고나면 남편이 픽업을 와주었다. 내가 원하던 바를 다 이룬 기분이 들었다.


그런데 아무래도 내 해금 소리가 시원찮았다. 어떤 수강생은 중고 해금을 구입하였다는데 악기가 반들반들한 게 소리도 잘 났다. 길이 잘든 악기를 구입했어야 했나? 뻑뻑하여 삑삑 거친 소리를 내는 내 악기를 바라보며 악기 공장에 악기를 보내 손을 봐달라고 했다. 아무 이상이 없다며 다시 돌아온 나의 해금. 문제는 해금이 아니라 '나'라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대여섯 명의 수강생들 속에서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는 형편없는 수준이라는 걸, 나는 나를 속일 수 없었다. 잘 하는 건 밀어주고, 잘 못하는 건 일찍 포기하는 것. 내가 학교에서 터득한 내 삶의 방식에 따르기로 했다. 그래,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다. 동요 '섬집 아기'를 겨우 스스로 켜보았다는 것으로 나의 해금 생활은 막을 내렸다.


어떤 것(일)을 두고 생각이 많아지는 것은 좋지 않은 징조이다. 망설임이 많아지면 추진력과 흥미를 잃는다. 머지않아 그만두어야 한다. 정말 그럴까?


남들에게는 뻘짓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한때 치열하게 고민하고 몸으로 부딪쳐보고 행동으로 옮겨봤다는 것. 그것으로 만족하면 안 되나?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 뻘짓 몇번 해본다고 그게 뭐 문제가 될까. 세상은 가만히 있는데 내가 나를 막는다.


해금과 해금 관련 책을 떠나보낸다. 딸 친구에게. 공인중개사 1차 시험을 일주일 만에 통과하고, 뜨게질을 하룻만에 배우고, 가야금과 거문고를 켤 줄 안다는, 천재성에 빛나는 친구에게 넘긴다. 고민을 하지 않아도 뭔가를 해낼 수 있는 힘을 부러워하며.



















내게는 가장 이해하기 어렵고 감당하기 힘든 책, 해금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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