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걷듯이 읽고, 읽듯이 걷고

알라딘 중고매장에서도 받아주지 않는 중고서적은 어디로 가야하나? 폐휴지로 버리는 건 책에 대한 예의, 작가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고...


빨강색 코스트코 장바구니에 꽉 채워서 숙고 끝에 인천 아벨서점으로 향했다. (참고로 32년 동안 살았던 인천을 떠나온 지 만 2년이 지났다.) 팔지 말고 그냥 기증하자는 남편의 제안에 따르기로 했다. 서점을 운영하는 두 자매분은 여전히 단아했다. 곱게 나이들어 가는 모습에 경외감마저 들었다. 기증하고 싶다는 의사를 조심스럽게 꺼냈다. 


"저희는 기증을 받지 않습니다."


기증을 받으면 마음이 편하지 않다는 말씀에 우리는 뭔가 잘못을 저지른 기분이 들었다. 동생분이 한권 한권 찬찬히 점검을 하는 동안, 새로 말끔하게 단장한 1층 매장과 2층 전시장을 둘러보았다.

어쩌다가 마음 먹고 가보는 정도지만, 서점은 아련한 추억과 감상에 젖게 한다. 켜켜이 쌓인 세월이란 이런 것이겠구나 싶었다. 그리고 마음 한편이 죄송스러웠다. 알라딘에서 받아주는 책은 다 팔아버리고 남은 책을 들고 온 게 송구스러웠다. 감히 '기증'이라니.


민망해서 자세히 살피지는 않았지만 대강 2/3는 서가에 꽂히고 나머지 1/3은 폐지로 처리될 듯했다. 책 값으로 2만 원을 받았다. 얼굴은 계속 화끈거렸다. 그사이 눈여겨 본 괴테의 여행기를 서가에서 꺼내 가격을 물었다. 2만 5천 원. 5천 원짜리 지폐를 가방에서 꺼내 보탰다. 잠시 망설이던 동생분이 "더 내지 않으셔도 됩니다." 남편이 거든다. "우리에게도 철학이 있습니다." 이렇게 해서 괴테의 여행기를 손에 넣었다.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