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걷듯이 읽고, 읽듯이 걷고
오늘은 세 번째 호텔로 이동하는 날. 7박 8일 일정에 호텔을 세 군데 잡았다. 정리하면,

첫 번째는 게스트하우스로 80년대 분위기의 가정집. 어렸을 때 부모, 형제와 함께 살았던 18평 짜리 옛날 우리집과 분위기가 많이 닮았다. 창문과 방문을 적당하게 열어 놓으면 바람이 잘 통하도록 설계되었는데 나름 삶의 지혜를 구석구석에서 발견할 수 있다. 바로 앞집은 연립주택으로 지금은 사람이 살지 않는 폐가여서 밤에는 좀 무섭다. 이 게스트하우스엔 주인이 살지 않고 잠깐씩 필요할 때만 드나들어서 편한 면도 있지만, 비유하자면 절간에 가깝다. 낡음, 사라짐, 폐허 따위를 명상하기에 잘 어울린다. 잊혀져가는 달동네의 삶을 여기에서 체험했다. 주변엔 식당도 편의점도 없다. 저 아랫동네까지 내려가서 장을 보고 비탈길을 십여 분 올라와야 한다. 밤에는 온동네가 적막강산. 집들이 작고 다닥다닥 붙어 있는 전형적인 서민 동네여서 관광지와는 거리가 멀다. 어쩌다 이곳을 선택했을까..나에게 묻는다.

두 번째는 어제 썼으므로 생략. 평균 평점이 5점 만점에 4.8인 곳. 외국인이 많이 살았던 곳으로 도로도 넓고 전망도 좋은 부유한 동네. 이런 곳에 다시 올 수 있겠니..나에게 묻는다.

세 번째는 비유하자면 역세권 아파트로 돌아온 느낌이다.
프랜차이즈 호텔이라 공간 낭비가 적고 직원들도 매뉴얼대로 친절하다. 몸에 잘 맞는 옷 같다. 나에게 던질 질문이 없으니 아마도 기억에 남지 않을 곳이다.

이렇게 세 동네에서 머물다보니 이제는 내가 현지인이 된 기분이다. 유명한 군함도를 못 가본 게 좀 아쉽지만 이것으로 족하다. 그리고 하나쯤 남겨두면 다시 올 지도 모르고.

나가사키의 호텔 체험은 부수적인 건데 쓰다보니 이런 글이 나왔다. 내 여행은 진행 중..

사진: 파친코. 버스 안, 나가사키항에 입항한 초대형 크루즈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