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걷듯이 읽고, 읽듯이 걷고

16세기 대항해와 향신료 관련 책을 읽다가 포르투갈 여행기까지 읽는다. 도서관에서, 찾는 책은 없고 대신 눈에 띈 책.














 

책이 알차고 재밌다. 포르투갈에 대한 지은이의 애정과 지식이 잘 녹아 있는 책이다. 포르투갈에 가게 된다면 이 책을 구매해서 다시 읽어볼 참이지만 '포르투갈 역대 왕으로 살펴보는 포르투갈 역사' 라는 부록 때문에라도 이 책을 사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포르투갈 역사가 일목요연하게 들어온다.


이 책에서 딱 하나만 소개해보면,


코임브라대학의 조아니나 도서관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서관 중의 하나라고 한다. 그런데 이 도서관에는 사람들이 잘 모르는 비밀 한 가지가 있는데, 도서관에 수십 마리의 박쥐들이 서식하고 있다는 것.


p. 267

관광객이 모두 돌아가고 나서 깊은 밤이 되면, 낮 동안 벽장 틈에 숨어있던 박쥐들이 나와 책벌레를 잡아먹는다. 18세기 초 도서관을 지을 당시에도 이미 수백 년이 넘는 고서 관리에 애를 먹었는데, 화학 물질을 사용하지 않고 고서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최상의 방법이 바로 박쥐를 이용하는 것이라는 답을 찾았던 것이다. 3백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같은 방식으로 책을 보전하고 있다.

 도서관 직원들의 아침 일과가 도서관 내의 선반과 책상 위를 덮은 덮개에 묻은 박쥐의 배설물을 치우는 일이라고 하는데, 직원들에게 좋은 건지 나쁜건지 잘 모르겠지만 박쥐가 큰 역할을 하는 것만은 분명한 사실인 것 같다.


도서관에 박쥐라고라....엇그제 끈끈이 트랩에 걸린 새끼박쥐, 그전에 창고 책장 틈에 새끼를 쳤던 박새. 이따금 시커먼 박쥐가 창고에서 푸드득 창밖을 향해 날아가는가 하면, 어미 박새가 창고를 휘저으며 다녔던 흔적으로 이곳저곳에 배설물이 진득하게 묻어 있곤 했다. 게다가 어미 박새에게는 새끼가 다섯 마리나 있었다. 3백 년 동안이나 박쥐가 서식했다면 박쥐 왕국을 이루었을 텐데...

어쨌거나 사진으로 보는 조아니나 도서관은 매우 아름답다. 내 눈으로 직접 보았던 더블린 트리니티대학의 롱룸 도서관, 옥스퍼드의 보들리안 도서관. 가슴 퍽찼던 그 순간들이 떠오른다. 짧지만 강렬했던 순간들. 도서관의 박쥐 얘기에 잠시 떠올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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