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여행 일주일째, 달랏에서는 나흘째. 오늘은 별다른 일정없이 달랏 시장에서 맴돌고 있다. 밤11시 59분에 출발하는 호찌민 행 야간버스에 오르면 기나긴 하루가 끝난다. 길고 지루한 날이지만 보람이 있다면 지루해야 보이는 것들을 발견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지루해야 글이 써질 때도 있다는 것도.
아래 사진을 보시라, 달랏의 중심지인 달랏시장의 아침 풍경이다. 막 문을 연 꽃집. 지붕에는 보라색 꽃이 소박하게 떨어져 있고 사진에 담을 수 없었지만 꽃비도 내리고 있다. 싱그러움으로 설레는 아침 풍광이다.
다른 사진을 보시라. 알아채셨는가? 꽃집 자리에 옷집이 들어서 있다. 낮엔 꽃을 밤에는 옷을 판다. 이 곳 뿐이 아니다. 이 일대의 다른 곳에선 낮엔 채소와 과일, 생선을 팔고 야간엔 옷을 팔고 있다. 다른 점이 있다면 꽃집 자리에선 예쁜 여성복과 장신구를, 채소전에선 저렴한 점퍼나 티셔츠를 팔고 있다는 것이다.
흔히 목욕탕 의자라고 부르는 납작한 플라스틱 간이 의자를 베트남 사람들처럼 애용하는 사람들이 있을까? 땅바닥에 의자 몇개 깔면 식당이 되기도 찻집이 되기도 한다. 남녀노소, 덩치 불구, 신분고하 불구, 조금은 코믹스럽지만 이 작은 의자에 앉으면 사람은 누구나 고만고만해진다.
그래서 감히 이런 생각을 해본다. 이 플라스틱 납작한 의자 덕분에 실용적이고 유연한 사고를 하지 않을까 하는. 꽃집이 옷집이 되는 것도 의자 몇개 꺼내고 옷걸이 걸고.. 뭐 어려워. 하면 되는거지.
심지어 초등학교 아침 운동장 조회 때 아이들은 이 목욕탕 의자에 질서정연하게 앉아 있다. 빨간 의자에 앉은 주황색 유니폼의 아이들이 꽃처럼 보인다. 그러니 목용탕 의자라고 얕보아선 안될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