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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듯이 읽고, 읽듯이 걷고
여기는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 호텔 수영장에서 수영을 즐기는 남편을 바라보며 글을 쓴다.
어제는 우리 일행의 누군가가 외국여성에게 길을 묻고 있었다고 한다. 그 여성이 핸드폰으로 검색하며 친절을 베풀고 있었는데 그 옆을 지나가던 오토바이를 탄 남자가 순식간에 여성의 핸드폰을 낚아채 도주했다고 한다.
오늘 오전에는 내가 세 명(그중의 한 명은 남편)의 일행과 함께 구시가지를 걷고 있었다. 뒤에서 어떤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 뒤돌아 보니 일행 중 한 명이 목걸이를 탈취당해 당황해하고 있었다. 하마터면 목이 날아갈 뻔..은 아니고 다행히 끊어진 줄을 찾아서 평온을 되찾았다. 전철에서 가방을 뒤로 메고 있으면 앞으로 메라며 계속 주의를 주는 친절한 현지인을 만나곤 하는 걸 보면 남미의 일반적인 치안 상태가 좋지 않음을 말 수 있다.
(저녁을 먹고 이어서 쓴다. 글쓰기가 이렇게나 오래 걸리는 중노동이다.)
오늘 점심.
호텔 근처 식당. 스페인어로 된 메뉴를 보며 버벅대고 밌는데 옆 테이블에서 샐러드를 먹고 있던 손님이 우리를 도와준다.
밥 먹다 말고 전화라도 받으면 밥맛이 떨어져 식사가 엉망이 되련만 이 손님은 우리 내외 밥값까지 내고 갔다. 놀란 우리는 작은 결심을 했다. 한국으로 돌아가면 음식점에서 만나는 외국인 여행자의 밥값을 내리라.

이틀간 머문 산티아고에 대해서 얼마나 안다고 왈가왈부하랴만, 친절한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뭔가 도음을 청하면 기꺼이 도와주는 사람들로 넘쳐났다. 아, 흰머리도 한몫했으리라고 생각한다. 내가 보기에도 우리 내외는 좀 없어 보이는 외모를 하고 있으니. ㅎ

하나 더. 이곳 사람들은 너무나 다양한 외모를 하고 있다. 도대체 표준이라는 게 성립할 수 없음을 단박에 깨닫는다. 평생 표준 이하의 키에 주눅든 나로서는 뭔가 억울한 심정이 된다. 타고난 외모는 자신의 잘못이 아니다.

아래 사진은 산티아고의 대통령궁. 아옌데가 피노체트에게 대항하며 끝까지 버티다가 ‘절대로 항복하지 않는다‘며 권총자살로 생을 마감한 곳이다. 그 누구와는 차원이 다르다. 그 누구와 비교 당하는 것을 아옌데가 저세상에서라도 알게 된다면 몹시 기분 나빠할 것이다.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고 무덤에서 벌떡 일어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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