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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듯이 읽고, 읽듯이 걷고
어쩌다보니 페루 아마존까지 왔다. 내 생애에 아마존이라니. 꿈조차 꾸지 않던 머나먼, 그것도 지구의 허파라는 곳까지 왔지만, 뭐 내 인생에 깨알같은 깨달음이라도 움틀까. 인간사 변함없는 진리인, 인간관계가 가장 어렵다는 사실만 재차 확인할 뿐이다. 자기 중심적인 사람들을 보며 나 자신을 뒤돌아보는 게 의미라면 의미랄까. 낯선 사람과 낯선 곳을 보며 비루하고 저열한 나 자신과도 만나게 되는 게 여행인 것 같다. 새벽 4시, 잠은 오지 않고, 타인을 비난하며 나도 그들과 전혀 다르지 않음을 아프게 인정하는 시간. 멀리 여행하는 사람을 부러워할 일이 아니다. 비싼 수업료를 치르며 아주 조금 생각에 잠겨보는 척하는 인간들이기 때문이다.


걷는 나무.
페루 이키토스, 아마존의 중심도시. 이곳 정글에 걷는 나무가 있다. 생존을 위해 나무가 조금씩 이동한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생김새는 문어같은 뿌리가 마치 지지대처럼 줄기에 붙어 있고 가운데 굵은 나무 기둥은 지면으로 향할수록 쐐기모양을 하다가 지면에서 분리된 형태를 취하고 있다. 이 기괴한 모양의 뿌리가 새로 뻗어나가거나 떨어져나가는 과정에서 나무가 조금씩 이동한다고 한다.
곰곰 따져보면 수긍이 가는 이치이지 싶다.

나무도 기를 쓰며 움직이는데 사람은 걷는 존재이면서 왜 늘 같은 자리에 머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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