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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듯이 읽고, 읽듯이 걷고














서경식의 책을 다시 읽는다. 새롭게 읽히는 걸 보면 건성건성 읽었던 것 같다. 읽었다고 읽은 게 아니었다. 2017년 간행된 책으로 읽었으니 6~7년 전인데 서경식의 한탄은 그때나 지금이나 그대로 들어맞는다. 아마도 앞으로 6~7년 후에 읽어도 오늘의 이 느낌은 변하지 않을 것 같다.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세상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더 나빠지지 않으면 다행이겠지만. 이제야 비로소 이 책의 제목 <내 서재 속 고전>의 '고전'이 갖는 의미를 이해한다. 서경식이 틀려도 좋으니 세상이 좀 좋은 쪽으로 흘러주었으면....


p. 79

사이드는 이 책*에서 오늘날 지식인 본연의 자세를 위협하는 것은 아카데미도 저널리즘도 출판사의 상업주의도 아닌 '전문주의(프로페셔널리즘)'라고 단언한다. "현재의 교육제도로는 교육 수준이 높아질수록 그런 교육을 받은 사람은 좁은 지(知)의 영역에 갇혀버린다." 전문분화specialization된 사람은 "그저 순종하는 존재"가 된다. "당신 자신의 감동이나 발견의 감각은 사람이 지식인이 될 때 절대적으로 필요한 감각인데 전문 지식인이 되면 모두 압살당하고 만다." 그 결과 '자발적 상실'현상이 일어난다. 그런 사이비 지식인들이 정부나 기업 주변에 모여든다. 그 복합체를 형성하는 무수한 세포와 같은 개개의 사람들은 얼핏 가치중립적인 전문가들처럼 보이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무자비하다고 할 정도로 냉혹하게 권력을 행사하거나(종종 전쟁까지도!) 이윤을 추구한다.


* 에드워드 사이드의 <지식인의 표상>


사이드에 관한 얘기 하나 더.


p.26 

집을 갖지 않겠다는 신조 때문에 사이드는 평생 부동산을 소유하지 않고 임대주택에서 살았다.



사이드를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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