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은 오랜 시간 베일에 쌓인 회사였다. 나는 폭스콘이 단순히 아이폰을 조립하는 회사인 줄 알았더랬다. 그런데 어느 순간 중국이 반도체 등 분야에서 미국과 대등하게 겨루기 시작하길래 중국이 어마어마하게 투자해서 그런 줄 알았다. 한국, 일본, 대만, 미국 등지에서 기술을 훔쳐서 그런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애플이 자신들에게 집약된 최첨단의 기술을 중국 공장에 전수하고 있었다. 고개를 돌려 전기차를 바라보니 중국에 테슬라가 있었다. 애플과 테슬라, 두 회사는 닮은 꼴이었다.
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 세계는 중국 진출을 고려하지 않는 건 어리석은 생각이라 여겼다. 값싼 임금, 정부의 막대한 지원, 거대한 시장. 정말 매력적인 곳이었다. 2001년 중국이 WTO에 가입하면서 미국은 자본주의가 정치 체제에도 변화를 가져올 거라 예상했다. 아마 자유진영 모두가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시진핑이 집권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애플은 까다롭고 결벽증이 있는 사람 같다. 불량률 제로에 가까운 품질을 자신들의 통제 하에 생산하길 원했다. 처음에 미국, 한국, 대만 등지에서 제조하여 제품을 생산했으나 공급망이 분산되어 있는 점이 시간 지연을 초래했고, 공급업체가 주도권을 쥐려 하는 일 등이 생기자 대안을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애플이 찾은 곳이 중국이었다. 애플의 독자적인 방식을 구현하고 애플만을 위한 맞춤 설비를 제작해야 했는데 중국은 엄청난 노동력과 자금과 시장이 있는 곳이었다. 그리고 인권이 없었다.
애플은 중국 내 제조생태계를 직접 설계하고 육성했다. 미국에서 직접 엔지니어들을 파견하고 기술을 전수하고 감독했다. 애플 엔지니어들의 이혼을 막기 위해 가족 항공권 및 체류 비용도 지급했다고 한다. 그렇게 그들은 중국 내 애플의 이름을 단 공장은 하나도 없었지만 애플이 이동할 수 있는 기계설비 등은 엄청났다. 매년 550억 달러씩 투자했다고 한다. 중국은 원래 외국 기업에게 자국 회사와 합작한 형태로 사업을 하길 요구했는데 애플의 경우 중국 내에 회사가 없으니 이 법망도 교묘하게 비켜갈 수 있었다.
애플은 성공했고, 주가는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그리고 시진핑이 집권했다. 중국은 이제 애플을 외세이면서 인민을 착취하는 기업이라는 시선으로 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사실 애플은 중국에 엄청난 이익이 되고 있었기에 그 사실을 조용히 어필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애플은 더더욱 중국에 종속되기 시작했다.
애플이 기사회생 후 처음 광고를 했을 때 중국에는 달라이 라마를 뺐다고 한다. 그들은 의식하지 못했지만 중국의 입맛에 맞추기 시작한 처음이었다.
중국은 이제 미국과 기술 경쟁을 벌이는 주요 국가가 되었다. 애플은 중국 제조업체에 자신들의 최첨단 기술을 전수했고, 중국 제조업체들은 앞다투어 그 기술을 배웠고, 급격하게 발전했다. 그리고 화웨이를 낳았다. 지금의 기술 강국 중국은 애플이 만든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애플은 중국 공급망 없이는 생산이 불가능한 구조에 갇혔고, 미중 갈등 속에서 아주 불편한 위치에 놓였다. 만약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기라도 하면 애플은 끝장일 것이다. 뉴욕타임스의 니콜라스 크리스토프는 이렇게 말했다. "TSMC는 생산이 멈췄을 때 세계 경제를 침체에 빠뜨릴 수 있는 역사상 최초의 회사이다." 라고.
이 책을 읽다보니 왜 기업들이 중국에서 탈출하는 지 알 수 있었다. 애플은 중국 정부를 거스르면 하루에 4시간만 전기를 공급한다든지의 방식으로 사업에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는 거다. 물론 중국 정부는 자신들은 아무 짓도 하지 않았다고 할테지만. 마치 한한령을 두고 정부는 그런 조치를 내린 적이 없다고 하는 것처럼 말이다.
저자는 모든 자원을 한 국가(중국)에 집중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경고한다. 애플은 인도 등지로 분산하려는 시도를 하는데 잘 될지는 모르겠다고. 중국은 애플이 나가려고 하면 반드시 위협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기업들은 단순히 효율성과 비용만 따질 게 아니라 지정학적 리스크도 고려해야만 한다. 중국에 포획된 애플은 중국이 대만을 곧 침공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만으로도 밤잠을 이룰 수 없을테니. 지정학적 리스크를 고려한 공급망 다변화와 회복탄력성을 위해 더 높은 비용을 감수하더라도 위험을 분산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애플만이 아니라 많은 기업들이 읽어보면 좋을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