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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테 - 추억의 해독제

권력을 가진 사람이 자신의 삶을 동정하고 자신의 결핍을 채우려 들면 세상은 끔찍해진다. 


자신를 낳아 준 어머니가 폐비가 되어 사약을 받고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연산군은 그 일을 빌미로 사화를 일으키고 여자들을 잡아들이는 등 온갖 만행을 저지른다. 


 <옷소매 붉은 끝동>을 지은 강미강 작가의 책이다. 의녀와 세자의 이야기는 처음에는 신비로웠고 뒤로 갈수록 비극이 될 것임을 짐작했더랬다. 어쩌면 비극으로 끝났더라면 더 좋았을 이야기일까. 


폐비 신씨 또는 거창군부인 신씨는 연산군의 왕비이다. 정사든 야사든 신씨에 대한 평가는 비슷하다. 폐주와 달리 어질고 온화하다고 말이다. 연산군은 패악을 부리는 와중에도 신씨에게만은 화를 내지 않았다는데, <배롱나무처럼 붉은색>은 그런 폐비 신씨를 생각하며 썼다고 한다. 사연 있는 의녀 신비와 엄마를 잃은 세자는 운명처럼 서로를 만났고 사랑하게 된다. 하지만 그들 사이엔 수많은 벽들이 가로막고 있었다. 자신이 좋은 사람이고 자상한 남편이라 생각하는 왕은 세자의 어미에게 모질었다. 왕비가 권력욕이 없다면 왕에게 애정도 없어야 했으나 그러지 못했다. 궁은 권력에 눈 먼 자들로 가득했고 왕은 위선자였으며 왕비에겐 뒷배가 없었다. 


그런 왕에게 그나마 간언을 하는 이가 있었으니 앞으로 일어날 가슴 아픈 일들은 이미 시작되었다. 신비는 최선을 다했고 이 시대에 신분이 천한 여자가 할 수 있는 일은 생각보다 많았으나 바로 그 신분 때문에 할 수 있는 일이 적었다. 신분 제도를 두었다면 신분이 높은 자가 정치도 잘 하고 백성들의 삶을 두루 평안하게 해야 할 의무가 있건만, 그 권력을 자신의 한풀이에 쓰니 결국 피해는 애꿎은 사람들이 보고 만다. 그래서 이 이야기의 끝이 행복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이미 있는 역사적 인물이 대입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이 비극의 시작인 세자 무작금의 아비인 왕이 제일 싫었다. 그는 자신의 아내에게도, 자신의 아들에게도, 신비에게도 못할 짓을 했다. 그가 좀 더 큰 상처를 받든지 귀신에 더 시달린다든지 했더라면 좋았을텐데. 나쁜 놈 같으니라고.


 연산군을 다룬 이야기는 이 책이 좀 더 좋았다. 똑같이 할 수 있는 일이 적은 여자들이 보다 큰 일을 해내는 이야기. 아무것도 바꿀 수 없을 거라 여겨도 무엇이든 바꿀 수 있었다. 계란으로 바위 치기일지라도 바위에 뭐라도 묻힐 수는 있으니까. 적어도 억울한 이가 억울하다 말하고 잘못된 일은 잘못됐다 말하기라도 했으니까. 


왕의 어미가 억울하게 죽었다 하여 아주 많은 사람들을 그렇게 억울하고 한 맺히게 만들어도 되는 걸까. 그러니 권력자가 자신의 권력을 한풀이에 사용하면 세상은 너무나 억울해진다.


이슬은 자신 때문에 채홍사에게 잡혀 간 언니를 구하러 도성으로 향한다. 도성에서는 왕의 총애를 받는 자들이 살해되는 사건이 일어났고 시체가 있던 자리엔 왕을 비방하는 글귀와 꽃이 있었다. 갑자사화에서도 살아남은 왕자 대현은 그 사건을 수사하고, 그러는 와중에 이슬을 만난다. 그들은 과연 무시무시한 왕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그들에게 허락된 미래는 어떤 것일까.


권력을 가진 이 중에 마구잡이로 사람을 죽인 이가 또 있었다. 바로 사도세자였다. 그는 아버지에게 사랑받지 못하고 억압받았다는 이유로 사람을 죽였다. 자신을 곁에서 보필하는 궁녀들이 주된 대상이었다. 


이 책 역시 의녀가 주인공이다. 현 의녀는 어느 날 아무도 모르게 동궁으로 향했다. 세자빈은 몰래 궁을 빠져 나간 세자의 부재를 감추기 위해 의녀를 불렀다. 그리고 세자가 사라진 날 살인사건이 일어났다.


살인사건의 범인은 세자일까? 현 의녀와 어진은 범인을 찾으면서 서로를 마음에 품는다. 그들은 또한 어떻게 될까? 범인은 과연 세자가 맞을까?




임해군은 선조의 아들이며 광해군의 친형이고 미친놈이다. 공빈 김씨의 첫째 아들이지만 개차반이었고 백성들에 의해 왜군에게 넘겨진 왕자이기도 했다. 그는 왕의 아들이기에 사람을 죽여도 가벼운 처벌만을 받았다. 그는 여자 때문에 도승지 유희서를 살해했는데 선조는 도리어 이 사건을 수사한 포도대장을 하옥하고 고발인인 유희서의 아들을 유배 보내버린다. 


이 책에서 허균은 미식가이면서 탐정이다. 그는 파직 당해 유배를 가는 와중에도 맛있는 소고기를 찾았다. 이 책에는 나주곰탕, 효종갱, 승기악탕 등 여러 음식들이 나오는데, 이 음식들은 사건을 해결하는 데 빠져서는 안 될 요소가 되었다.


허균 옆에는 허준의 제자이지만 살아있는 사람을 치료하지 못하는 의원 재영이 함께 있다. 허균은 재영의 재능이 쓰일 곳을 찾았다. 둘은 셜록과 왓슨처럼 사건을 해결하는 데 몰두했다. 그리고 사건을 해결하는 데 있어 작은년을 빼놓을 수가 없는데 신분은 낮지만 음식을 잘 만들어 허균의 맘에 쏙 들었더랬다.    


그런데 임해군과 허균이 무슨 관계냐고? 시대를 알면 처음부터 알 수 있는 이야기다. 그리고 나는 2권을 기다린다. 그래서 허균은 광해군의 마음에 들 해결책을 내놓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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