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제 2차 세계대전 때 히틀러가 이겼다면 세상은 어떻게 되었을까? 이 이야기는 히틀러가 승리한 독일과 세계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조금 다행히도 일본은 여전히 패배한 것 같았다. 이런 세상의 대한민국은 어떤 상황일지 생각만 해도 좋을 것 같지 않다.
1964년, 여전히 총통인 히틀러는 75번째 생일을 맞이하고, 독일은 극적으로 성사된 미국의 조셉 케네디 대통령이 자신들을 방문할 계획에 맞춰 행사 준비에 들떠 있다. 그 와중에 크사비어 마르크는 하벨 호숫가로 떠밀려온 시신을 조사하게 된다. 하필 그 시신이 나치 고위 간부라는 것이 밝혀지고 마르크는 자신보다 상위 기관인 게슈타포에게 사건을 넘겨야 했다. 하지만 마르크는 사건을 포기하지 않았고 미국인 기자 샬럿과 함께 사건을 추적하며 엄청난 음모에 한 발자국씩 다가가는데...
나는 역사를 알기에 처음엔 도저히 추리하기가 힘들었다. 도대체 무슨 일 때문에 이런 고위 간부들이 죽어야 했을까, 게슈타포는 무엇을 덮기 위해 움직였을까... 역사를 알기에 바로 맞출 수도 있었겠지만, 너무나도 당연했기에 맞추기 어려웠다. 사실 처음부터 단서는 대놓고 주어졌다. 주인공인 마르크가 체제에 순종하지 않게 된 이유와 맞닿아 있었으니.
어떤 사건이 인정받기 위해서는 '증거'가 필요하다. 수많은 국제 범죄들이 집행자의 명령에 따라 은닉될 때에도 피해자들이나 사건을 추적하는 사람들이 엄청난 노력으로 사건을 세상에 알린다. 하지만 피해자들이 증언하고 증거들이 있어도 부인하는 경우도 많다. 일본의 전쟁 성노예 문제가 우리와 가장 가까운 문제일테고. 지금도 여전히 세상 곳곳에서는 잔혹한 범죄들이 일어나고 부인당한다. 위구르 지역이나 가자 지구 같은 곳에서 말이다. 이런 끔찍한 일들을 알리기 위해 얼마나 큰 희생이 있었을까.
이 세계 속 독일인들은 소설 <1984>의 사람들과 비슷하게 살아간다. 당연히 계급이 있고, 이는 인종으로 정해졌다. '순혈보호법'에 의해 인종 간 성관계는 범죄였고, 동성애나 임신중지 역시 모두 불법이었다. 하지만 간질 등의 질병을 알았거나 유전적 결함이 있는 사람들은 불임인증서를 받은 후에야 결혼할 수 있었다. 총통의 생일 때 즐기지 않는 사람들은 반체제 인사처럼 여겨졌고, 도청은 당연했으며, 어디에나 감시의 눈이 있었다.
하지만 사람이 사는 곳이라면 어디나 불합리를 깨닫고 의문을 품으며 체제에 순응하지 않는 사람들이 나타나기 마련이다. <1984>가 비록 그렇게 끝났지만 윈스턴이 그러했듯 다른 이들도 체제에 반항할 것이고 점점 그 숫자는 늘어갈 것이다. 어쩌면 권력이 교체될 때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삶은 유한하고 꽃은 피면 시들기 마련이다. 그러기에 그 나라를 '나'의 조국이 아닌 '당신들'의 조국으로 보는 이들이 늘어날 수도 있다.
올해 1월이 따뜻해서 봄이 빨리 올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2월에 엄청난 추위가 닥쳤고 600도의 법칙에 따라 벚꽃은 빨리 피지 않았다. 강추위가 물러나는가 했더니 꽃샘 추위가 잠시 머물렀다가 떠났다. 그리고 이제 꽃들이 피었다. 봄은 올듯 말듯 더디지만 기어이 오고야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