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갖 나이 때의 모습이 다 있다. 신발 한 짝을 또 잃어버린 마크, 외투를 입지 않겠다고 고집 부리는 몰리, 아이들에게 가방을 다 챙겼는지 묻는 래리. 아일리시는 그 단조로운 생활에 행복이 숨어 있었음을, 행복은 보이면안 되는 것처럼, 과거에서 들려오기 전까지는 들리지 않는 음(音)처럼 가고 오는 매일 속에 깃들어 있었음을 깨닫는다.- P58
아버지가 말도없이 사라질 수 있다면 그것이 아이에게는 어떤 세상일까? 세상이 혼돈에 굴복하고, 당신이 걷고 있던 발밑의 땅이 허공으로 날아가고, 태양이 당신 머리에 어둠을 비춘다.- P60
세상은 꿈이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보는 사람에게는 달아날 방법이 없는 꿈일 뿐이고 그러한 삶의 대가는 고통이다, 그녀는 자기 아이들이 헌신과 사랑의 세상에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또 아이들이 공포의 세상에 살도록 저주받는 것을 본다, 아일리시는 그런 세상이 끝나기를 원한다. 그런 세상이 파괴되기를 원한다. 그녀는 아직 아기인 아들을, 아직 천진난만한 이 아이를 본다, 자신이 스스로와 얼마나 부딪치게 되었는지, 스스로에게 얼마나 놀랐는지 본다, 공포에서연민이 나오고 연민에서 사랑이 나오고 사랑으로 세상을 되찾을 수 있음을 알아본다, 아일리시는 세상이 끝나지 않으리라는 사실을, 당신이 살아 있는 동안 갑작스러운 사건으로 세상이 끝나리라는 생각은 허영임을, 끝나는 것은 당신의 삶임을,
오로지 당신의 삶뿐임을 깨닫는다. 예언자들의 노래는 그 어느 때나 항상 반복되던 똑같은 노래임을 깨닫는다. 칼의 도래,
불에 삼켜지는 세상, 정오에 땅으로 곤두박질치는 태양, 어둠에 잠긴 세상, 곧 눈에 보이지 않도록 쫓겨날 사악함에 대해서- P354
예언자가 길길이 날뛸 때 그의 입을 통해 드러나는 신의 분노,
예언자가 노래하는 것은 세상의 종말이 아니라 이미 일어난일과 앞으로 일어날 일과 어떤 사람에게는 일어났지만 다른사람에게는 일어나지 않은 일의 종말이다. 세상은 어느 곳에서는 늘 끝나고 또 끝나지만 다른 곳에서는 끝나지 않는다. 세상의 종말은 늘 특정 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이다. 세상의 종말이 당신 나라에 찾아가고 당신 동네를 방문하고 당신 집의문을 두드리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그것이 머나먼 경고, 짤막한 뉴스, 전설이 되어버린 사건들의 메아리일 뿐이다,- P3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