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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의 햇살처럼
  • 담론
  • 신영복
  • 16,200원 (10%900)
  • 2015-04-20
  • : 31,609

20년을 감옥에서 생활하셨다는데, 감옥 바깥에서 생활하는 우리보다 세상을 훤하게 꿰뚫어 보신다. 그러고 보면 우리 역시 자기가 만든 감옥, 세상이 만들어 놓은 감옥에 저마다 갇혀 편견과 콤플렉스를 키우며 세상을 밝히지 못하는 것으로 보아 수인이나 마찬가지가 아닐까. 다자이오사무의 <인간실격>에 나오는 요조처럼 타인의 눈을 기준으로 그 눈에 들고자 자신을 희화하고 비위 맞추고자 안간힘을 쓰며 스스로가 파멸의 길로 들어서고 있음을 알면서도 모르는 척 그렇게 살고 있는 듯하다.

 

우리의 삶은 자본주의, 자유화, 개인화, 상품화, 차별화 등으로 설명할 수 있으며 이것이 우리를 둘러싼 철창인 셈인데, 그것이 삶의 이유와 목적인양 수직상승을 꿈꾸고 비교하고 좌절하며 이웃의 누군가를 증오하며 그저그렇게 매일을 반복적으로 살고 있다. 때로는 이게 아닐 텐데라며 비판의 날을 갈아 보기도 하지만 개인의 무기력함은 나뭇잎 하나도 푸르게 하지 못한다. 단지 내면으로 파고드는 외로움만 커지고 어느 곳 하나 기댈 곳 없음에 스스로의 강퍅함만으로 버틴다.

 

이때, 선생님의 한 마디, 신문지만한 햇빛 조각만으로 나는 태어난 것에 선물을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참으로 비현실적인 말씀인 듯하다가, 햇빛 조각의 밝음과 따뜻함이 얼마나 큰 위로가 되는지 알기에 다리에 힘이 스르르 풀리며 그 말씀을 그대로 수용하게 된다. 그리고 연대의 중요성과 필요성.. 개념을 이론으로가 아니라 구체화된 사람의 얼굴로 대할 수 있다면, 연대와 관계 맺기가 실질적일 것이다. 우리는 어느 곳에서나 내가 빛나야 하고 남의 사정보다는 나의 사정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에 나를 이해하고 배려해 주지 않는 세상을 원망할 뿐 연대가 참 어렵게 느껴진다.

하지만 안다. 개별자로서의 존재보다 연대로 향해감이 현대인의 고독감을 위로할 수 있다는 것을... 관계 속에서 존재가 더욱 빛날 수 있다는 것을.

 

<책은 도끼>라 했던가. 공부를 통한 성찰과 깨달음이 머리를 거쳐 가슴에 이어 두 발로 종결된다. 실천이다. 다른 말로 돌아보고 돌봐주기라 말하고 싶다. 이젠 타인으로부터의 기대를 거두고 자립하여 주변을 돌보는 냉철함이 필요하다.

 

신영복 선생님의 강의를 글로 대하니 글이 참 친근하게 느껴진다. 그리고 조화가 잘 이루어진 안정적인 면을 닮을 수 있기를 바란다. 인간이 인간일 수 있음은 생각을 전환할 수 있는 힘이 있기 때문이라 믿는다. 갇힌 생각에서 자유로운 생각으로 물길을 바꿀 수 있고 길을 가꿀 수도 있다. 그리고 마침내 몸의 움직임.. 창조적 표현으로 자신만의 정체성을 형성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책의 마지막에 놓인 버섯 이야기는 머리를 꽝 맞는 듯한 느낌이었다. 사람이 버섯에게 독버섯이라 하는 것은 인간의 기준, 식탁의 기준이지 버섯의 기준이 아니다. 모든 존재는 생명 그 자체로 자연의 한 부분으로 충분히 가치를 지닌다. 우리들의 관계론에 무엇을 기준으로 하느냐 하는 것이 저마다의 존재를 어떻게 긍정하느냐 하는 화두를 던져준다. 좋은 말씀을 전해주신 선생님께 끝없는 존경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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