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행복이 기픈샘

그러니까.......

서너달전부터 알라딘 마을에 이 '맛'에 대한 리뷰가 속속들이 올라오기 시작할 때부터 '저건 의외로 별로일거야'하면서 잘난 척을 하는 게 아니었다.

언제나 그런 식이다. 사람들로부터 호평을 받는 영화나 책에 대해서 일단은 삐딱선을 타는 나.

'아니, 사람에 따라 재미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지 어째 다들 하나같이 재미있다고 한담?  그 재미의 50%는 분명히 거품이고 분위기에 따라 달라지는 걸꺼야'하면서.

그러면서도 서점에 갈 일이 있을때면 베스트셀러 코너 정중앙에서 '날 한 번 읽어보지? 그런 말 못할 걸?'하는 듯한 이 책을 집었다놓았다 하기를 여러번....결국 며칠 전, 우리 사이의 팽팽한 줄다리기는 내가 이기지 못하고 '맛'의 유혹에 넘어가는 것으로 끝나고 말았다.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마의 코스. 신호없이 죽 달려가는 내부순환로 위에서 가도가도 차가 막히길래 조수석의 택배 상자 속에서 삐죽 머리내밀고 있는 '맛'을 몇 페이지 훑어 볼 요량으로 집어든 건 결정적 실수였다.  몇 장 읽지도 않아서 나는 운전 중이라는 걸 순간순간 잊은 채 핸들위에 책을 올려놓고 제발 차가 천천히 가서 이순간에도 계속 읽어나갈 수 있게 되거나 아니면 순식간에 도로가 뻥 뚫려서 집까지 날아가길 바랄 수 밖에 없었다. 이 대단한 재미란!!   

앞 차의 뒷 범퍼에 여러번 부딪힐 뻔 하면서 내부순환로 위에서 첫번째 단편인 '목사의 기쁨'을 다 읽었고 이런 식으로 운전했다간 대형사고 내겠구나 싶어  그 길로 쓔웅 집에 달려서는 초스피드로 씻고 밥 짓고 저녁 준비를 후다닥 한 뒤, 아이는 신데렐라 DVD를 틀어주고 - 엄마, 귀찮게 하면 안 돼! - 두번째 단편인 '손님'을 만났다.

만약 '손님'의 이런 결말을 다른 작가가 소재로 삼았더라면 '뭐야, 완전 엽기잖아...아, 불쾌해...'했겠지만 로알드 달은 내게 무슨 마법을 건 것일까. 이런 찝찝한 얘기도 유머러스하다고 느끼게 되는 까닭은. 

이렇게 열 편의 단편을, 한 권의 책을 순식간에 읽어내리긴 정말 오랜만이다. 아니, 아예 처음인가?

이제서야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예전에 '생각만큼 재미없을'거라며 잘난 척했던 내가 우스워보이게까지 만드는 대단한 이야기들을 제대로 만났다. 이제 '맛'은 내게 이런 말을 하고 있는 듯 하다.

"(읽었다하면)모두들 나에게 빠져 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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