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깡지의 보물창고
  • 위로는 서툴수록 좋다
  • 이정훈
  • 17,100원 (10%950)
  • 2025-09-22
  • : 3,685

도서를 지원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최근 몇 달 정신없이 바빠서 서평 요청도 거의 대부분 거절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출판사의 서평 요청 메일이 진정성이 느껴져서 이 책을 받아보게 되었는데, 이렇게 좋은 책을 읽게 해 주어서 오히려 내가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사랑할수록 살아갈수록

감춰야 할 말이 생기고 마는 그런 날이 있다."

<위로는 서툴수록 좋다>는 이제 50을 코앞에 앞둔 이정훈 작가가 10년 동안 써두었던 글들을 한데 엮어 낸 산문집이다. 10년의 세월이라고 하지만, 바로 어제 쓴 글처럼 세월의 흐름을 느낄 수 없는 완성된 글이다.

중년의 남성인데도 어쩌면 이렇게 감수성이 풍부할까 감탄을 하기도 했고, 때로는 크나큰 동질감도 느꼈다. 그러다 몇 번이나 눈물이 왈칵 쏟아져 나오기도 했다.

노래로 비유하자면 조용한 발라드 같고, 그림으로 비유하자면 투명한 수채화 같은 글들이라, 한없이 고요한 마음으로 책을 읽기 만드는 줄 알았더니 어느새 이정훈 작가의 글에 가슴 뭉클해 하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마침 이정훈 작가의 나이가 나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아서 어쩐지 친구와 마주 앉아 술잔을 기울이며 속마음을 털어놓는 기분도 든다.


위로는 서툴수록 좋다

위로는 서툴수록 좋다는 제목은 첫 번째 글에서 기인한다. 힘들어하던 친구에게 어떤 위로도 건네지 못하고 그저 들어만 주었던 날, 저자의 마음 한구석에는 친구에 대한 걱정이 남아 있었던 모양이다. 그 후로도 적당한 위로의 말을 건네려고 문자를 썼다 지우는 모습이 많이 따뜻했다. 어쩌면 그 친구는 속마음을 털어놓은 후 홀가분하게 고민을 잊고 씩씩하게 자신의 삶을 잘 살고 있었을 수 있다.

그래서 작가님의 마음이 더 귀해 보였다. 나도 이런 친구가 있으면 좋겠다 생각했다가, 나도 이미 그런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 역시 나에게 보내는 문자를 지우고 보내지 않아 몰랐을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도 했다. 그렇게 생각하니, 이 세상이 온기로 가득 차 보였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음이 가장 적절한 위로'라고 하니 떠오르는 일이 있다. 거의 20년 전 일이다. 당시 사회에서 이혼은 부정적인 시각이 강했다. 그런데 동료 한 명이 이혼을 했고 아이가 둘인 분과 재혼했다는 이야기를 해 주었다. 그때 아무 말도 묻지도 하지도 않고 그저 듣기만 했다. 한참 후에, 동료에게 문자가 왔다. 그때 아무 말을 하지 않아주어서 고맙다고 했다. 어설픈 충고와 위로에 지쳤던 모양이다.

문자를 썼다 지웠던 저자처럼 나도 한동안 어떤 말을 해 주어야 하나 고민을 했던 것 같다. 그러나 동료에게 가장 필요한 건, 그저 들어주는 것이었다.

'이제 그만'과 '한 걸음만 더'

달리기 이야기도 공감이 많이 갔다.

저자가 처음 달리기를 시작할 때, 이렇게 적고 있다.

'어떤 일이든 시작하면 끝까지 가여 하는 습성이 나를 다시 아스팔트로 이끌었다. 나는 목표를 세우면 가장 먼저 스스로 달아날 수 없는 규칙부터 정하는데, 달리기도 그랬다. '일주일에 세 번만 달리자'라는 약속의 감옥에 집어넣고 그날부터 달리기 시작했다. (...) 처음 한 달 동안 달리는 내내, 내 안에서는 '이제, 그만'이라는 목소리와 '한 걸음만 더'라는 목소리가 끊임없이 다투었다. 그 언쟁은 삶의 다른 영역에서도 똑같이 계속되고 있었다.'

'이제 그만'과 '한 걸음만 더'

나도 양가적 감정을 동시에 느낄 때가 많다. 여기저기서 그만두자와 한 번 더 해 보자가 끊임없이 힘겨루기를 한다. 그래도 이를 이겨내는 건, 저자처럼 '나와의 약속' 때문이다. 달리기를 해 보면, 힘들어서 죽을 것 같아도 마침내 해내면 다음번에 수월해진다. 그런데 이건 달리기에만 해당되는 게 아니다. 그 어떤 일이건 고비를 한 번 넘어보면 그다음부터는 요령도 생기고 자신감도 생긴다.

소유냐 존재냐

아이가 태어났을 때, 열 달간 뱃속에 아이를 품고 있었음에도 드라마에서 보는 감동의 순간은 없었다. 반면 아이를 키우면서 느낀 기쁨은 드라마가 다 담아내지 못했다. 아이를 키우는 과정에서 부모는 두 가지를 느낀다. 하나는 아이가 나와 독립된 어엿한 존재라는 점이고 두 번째는 아이를 키우면서 내가 비로소 어른으로 성장함을 알게 된다.

'소유냐 존재냐'는 이런 솔직한 부모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글이다.

아이가 처음 생기다 보니 소유인 줄 알았다가 아이가 '아빠'라고 부르는 순간 소유가 아니라 존재라는 사실을 벼락에 관통당한 것처럼 알았다는 글에 완전 공감을 했다.

'소유가 권리라면 존재는 책임이다. 소유는 교환과 폐기가 자유롭지만, 존재는 누구도 침범할 수 없는 운명의 자기결정권을 지닌다. 나는 이 아이가 온전한 인격체로 성장할 때까지 보호하고 양육할 존재로서의 책임을 져야 한다는 그 엄중한 사실을 분만실에서가 아니라, 아이가 나를 '아빠'라고 부른 그 순간에서야 비로소 깨달을 수 있었다.'

언제든 좋으니 연어가 되어 돌아와

모성애가 이기적 감정이냐는 질문으로 시작하는 <언제든 좋으니 연어가 되어 돌아와>는 부모로서의 애환이 담겨 있는 글이다. 그중에서도 맞벌이 가정의 이야기다. 늘 시간이 부족한 워킹맘의 심정이 이 짧은 글에 고스란히 적혀 있다.

아이를 적게 낳고 귀하게 키우는 시대다 보니, 아이에 대한 워킹맘의 죄책감은 덩달아 더 키지는 모양새다. 나도 그 길을 걸어오면서 후배 마마들은 좀 더 편해지면 좋겠다 싶었으나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내가 늘 하는 말이 있다. "지금은 힘들겠지만, 언젠가 끝이 온다."

하나 더 덧붙이자면, 그렇다고 무조건 참고 인내하지 말고 차라리 즐기라고 말하고 싶다.

실제로 내가 그랬다. 일이 힘들면 육아에서 기쁨을 얻었고, 육아가 힘들 때면 일에서 보람을 찾았다. 마음만 이렇게 바꾸면, 오히려 행복할 때가 더 많아진다.


이 책은 한 권 통째로 가 지친 마음을 위로해 준다.

아이가 권투를 하면서 있었던 이야기, 작가님이 사춘기 시절 이야기는 나도 모르게 눈물을 자아냈으나 리뷰에는 적지 않았다. 이 이야기만큼은 독자들이 책으로 직접 만나봤으면 해서다. 점점 추워지는 이 계절에, 작은 온기를 느껴보고 싶다면 <위로는 서툴수록 좋다>를 추천한다. 가슴속에 촛불 하나를 켜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