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판사로부터 협찬을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나는 가끔 나를 관찰하곤 한다. 내가 하는 말이나 행동을 지켜보며 나 자신을 해석을 해 보는 것이다. 그럴 때마다 내가 어떤 상황에 놓여있는지, 심리가 어떠한 지 객관적으로 알 수 있어서 재미있다. 독서 패턴을 살펴봐도 비슷한 해석을 할 수 있다. 어느 날 에세이, 소설 또는 웹 소설처럼 스토리를 부쩍 찾을 때가 있다. 이런 행동을 하는 일이 잦아질 때를 살펴보면, 어김없이 머리가 복잡할 때이다. 특히 업무가 장기간 폭주할 때는 이왕이면 가슴 따뜻한 스토리 책을 찾는다.
현재 몇 달째 난이도와 긴장감이 함께 높은 일을 하고 있으며 연말까지 계속될 예정이다. 개인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고 체력도 버거워지다 보니, 다시금 이야깃거리를 찾고 있다. 아마 영상물을 좋아했더라면, 다큐, 뉴스보다 드라마나 영화를 보는 시간이 확 늘었을 것이다.
'투 오브 어스'는 지금 나의 상황에 딱 맞는 책이었다.
쫄깃한 추리극 또는 스릴러를 표방하지만, 권선징악적 성격을 담고 있으며 고구마 없는 시원한 전개이다. 주인공에게 시련이 닥치거나 예상치 못한 반전으로 독자의 뒤통수를 치는 일도 없다. '이러다 실패하면 어떡하지?', '들키면 어떡하지?'라는 순간이 몇 번이나 있긴 해도, 어쩐지 독자들로 하여금 '안전한 결말이 기다리고 있을 테니 마음 편이 읽어'라는 분위기가 깔려 있다.
그렇다고 흥미가 떨어지지도 않았다.
이 책은 다음의 네 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어서다.
첫째는 스토리 속에 스토리가 있다.
기자 캣이 추적하는 인물이 이 책의 주인공인, 사기꾼 메기이다.
캣의 이야기가 바깥에 위치하고 있으면서, 그 속에 메기의 스토리를 품고 있다.
두 번째는 두 스토리가 서로 교차한다.
캣은 메기가 벌린 사건에 대해 결과를 중심으로 객관적 시선으로 바라본다. 이어서 메기는 그 사건의 당사자로서 동기와 과정을 상세히 알려준다. 이 두 시선은 평행선을 달리는 것이 아니라 두 명의 만남을 통해 서로 뒤엉키기 시작하면서 시선의 방향도 바뀌게 된다. 캣이 겪고 있는 상황을 메기가 객관적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는 것이다. 전개 내내 서로를 바라보았던 시선은 결말에 가서는 같은 곳을 향하게 된다.
세 번째는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사건을 재구성하는 방식이다.
캣의 직업이 기자라는 점을 십분 활용하여, 탐문 과정에서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구성을 한다. 이 과정에서 메기가 벌린 일들의 동기가 밝혀지면서 독자들로 하여금 '가해자를 응징하는 행위를 법 망을 피해 불법적으로 하였을 때 과연 죄를 물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끊임없이 하게 만든다.
마치 홍길동이 배부른 탐관오리의 재산을 빼앗아 굶주린 백성들에게 나눠줬을 때 그의 행동이 절도, 협박이라는 범법 행위를 저지른 것인가, 아니면 국가가 지켜주지 못한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스스로 지키려는 행위인가와 비슷한 질문이다.
네 번째는 남성 중심의 사회에서는 늘 고통받는 여성들이 있다는 문제의식을 드러낸다.
'이제는 남녀동등하지 않아?', '이전보다 나아지지 않았어?'라는 말이 아직도 시기상조임을 알려준다.
메기가 복수를 했던 대상은 그저 악인으로만 묘사되지 않는다. 여성을 남성과 동등한 존재로 여긴다기 보다, 통제 가능한 대상으로 보는 남성들의 우월감, 권위의식 등을 은근히 보여준다.
메인 스토리는 남자로부터 사기를 당해서 가진 것을 모두 잃은 엄마로 인해 불행한 학창 시절을 보낼 수밖에 없었던 메기의 화려한 복수극이라고 볼 수 있다. 메기가 복수를 해야 할 대상은 한 명이지만, 메기는 자신 주변에서 약자일 수밖에 없었던 여성을 대신해서 통쾌한 복수를 해 준다. 그것도 은밀하게.
메기가 저지른 사기 행위는 영리함과 배짱을 바탕으로 한다. 그 이유는 한 가지다. 약자여서다. 복수를 위해 철저하게 준비하고 늘 돌다리를 두드리며 한 발 한 발 나아간다. 모든 판을 다 짜놓은 다음, 메기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상대의 신뢰, 신임을 얻는 것이었다. 일단 신뢰를 얻고 나면 허점을 찾아내어 그들에게 가까이 다가간 다음 회심의 한방으로 깔끔하게 마무리한다.
유혹으로 여성의 인생을 망쳐버린 남자는 유혹으로 다가가고, 탈세를 일삼는 남자에게는 탁월한 업무능력을 어필하여 다가간다. 재산을 빼앗는 것만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고, 이들의 민낯을 밝혀내어 사회에서 재기 불능 상태로 만들어 버린다. 그 덕분에 메기는 유유히 사건의 핵으로부터 달아날 수 있었다. 한편으로는 저 남자들에게 피해를 입은 여성들을 대신해서 복수를 했다고 볼 수 있다.
또 다른 스토리에서는 메기를 추적하는 캣이 주인공이다. 문제는 메기의 흔적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그녀 역시 피해자가 된다. 처음에는 이런 일이 생기게 된 이유를 메기 탓으로 여겼으나 믿었던 남자 친구 역시 사건들 속 남자들과 다를 바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메기의 인생을 추적하면서 약자인 줄만 알았던 여성도 특유의 섬세함을 치밀함, 영리함으로 변신시킨다면, 사자도 물 수 있는 이빨을 드러낼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스스로 복수를 하기로 마음먹는다.
이 책에 등장하는 피해자, 그리고 메기, 캣은 직접적인 연관은 없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약자, 여성이라는 공통점으로 인해 연대의식이 생겨난다.
모처럼 재미있게 읽은 소설이다. 과부하 걸린 뇌가 잠시 쉬어 갈 수 있어 좋았다. 특히 매 페이지마다 영화의 장면이 떠오를 정도로 묘사가 탁월하면서도 군더더기가 없어서 읽기 편했다. 강자와 약자의 줄다리기에서 약자의 복수는 통쾌하다. 여기서 어설픈 용서나 화해는 오히려 찬물을 끼얹는 행위다.
소설에서는 남성과 여성이라는 이분법적 대치를 보여주고 있으나, 현실 세계에서는 확장해서 생각해 볼 수 있다. 마침 뉴스에서는 연일 국제사회의 패권 장악을 위한 각을 세우는 여러 나라들의 모습이 보도되고 있다. 메기의 영리함은 약자도 승자를 몰아낼 수 있는 강력한 무기였다. 우리는 메기와 달리, 싫든 좋든 동반 성장해야 하기 때문에 '영리함'보다 '영악함'으로 무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해해 보이지만 함부로 건드릴 수 없는.. 그런 영악함말이다.
소설에서 뉴스로 연결을 시키다니 내심 어이없는 웃음이 나왔으나 책을 읽은 후 소감은 독자 자유다.
다른 사람들은 이 책을 읽고 어떤 상황을 연상시킬지 궁금해진다.
날이 많이 선선해졌다. 독서의 계절인 가을, 매력적인 캐릭터를 만나 볼 수 있는 <투 오브 어스>를 추천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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