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깡지의 보물창고
  • 그때 나는 왜 그런 말을 했을까
  • 강민정
  • 16,200원 (10%900)
  • 2025-07-10
  • : 828

* 출판사로부터 협찬을 받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매년 여름마다 너무 더워 화들짝 놀라곤 한다. 지금 한참 더울 때라 마치 한증막의 더운 열기가 대기를 가득 채운 것 같다. 이런 날은 출근하는 게 차라리 낫다는 생각을 한다. 하루 종일 시원한 에어컨 아래 있을 수 있어서다.

이렇게 더운 여름이지만, 여름에만 누릴 수 있는 기분 좋은 느낌이 있다. 바로 '청량감'이다.

파란 하늘에 나부끼는 빨랫줄에 걸린 옷들, 아이들이 만들어 내는 비눗방울, 바닷가에서 거닐고 있는 흰 원피스의 소녀. 모두 청량함의 대명사다.

이 청량감을 책으로 만들어 냈다면 <그때 나는 왜 그런 말을 했을까> 가 아닐까. 매 페이지마다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과 조심스럽게 어뤄만져주려는 다정함을 보고 있자니, 더운 여름을 식혀주는 소나기 같다.

저자 강민정 소장은 어린 시절 미국에서 자랐다가 8세에 한국으로 온 다음, 다시 유학을 떠난 경험을 가지고 있다. 그 과정에서 마음의 상처를 받은 기억도 있고, 말을 함부로 하는 사람들도 접하면서 '말'이 주는 의미에 대해 생각하고 또 생각한 듯하다.

그 결과 "말은 마음의 모양을 담는 그릇이다."라고 말한다.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문장이다.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는 말이 있다. 말을 곱게 하라는 이 격언은, 나의 내면을 바꾸기에는 어쩐지 약하다. 반면 말이 마음의 모양을 드러내는 그릇이라면, 내 마음이 미운지 고운지 알 수 있기에, 기꺼이 가꾸고 다듬고 싶어진다.

사람들은 누구나 감정을 표현하기에 서툴다. 저자는 서투름이 있어도, 서로를 이해하려는 마음만 있다면 충분하다며 괜찮다고 말해준다. 그래서 이 책은 한 권 내내, 서툰 마음으로 서툰 말을 하는 사람들을 안아주고 또 안아준다.

책의 분량도 적당하고, 글 한 편의 길이도 길지 않은 데다, 워낙 예쁜 문장이 많아서 필사하기에도 좋은 책이다.

이 책은 모든 소챕터 마다 '걸어야 길이 된다. 언어 오솔길 내딛기'라는 제목의 글이 이어진다. 각 에피소드에서 실타래처럼 엉켜있는 소통 방식을 소개하고 오솔길에서 그 매듭을 풀어가며 서로를 이해하려는 모습을 보여준다.

오솔길은 사람들의 발걸음으로 만든 길이다. 발길이 뜸하면 사라져 버리므로 꾸준한 돌봄이 필요하다. 언어도 마찬가지다. 언어의 오솔길도 매일 걷지 않으면 상대의 마음에 닿을 수가 없다. 일상에서 자주 쓰고, 용기 내어 건네보면 '단단한 오솔길'을 만들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우리 각자가 책장 속에 묵혀둔 말들을 꺼내어 사용해 봄으로서 마음이 모양도 한결 곱게 다듬어 나갈 수 있는 것이다.

그런 말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이 책은 관계, 경청, 솔직함, 사과와 관련된 말들이 있다고 소개한다.

이 책에 등장하는 여러 에피소드들은 결코 특이하거나 극단적이지 않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우리의 이야기 들이다.

'화를 낼 정도는 아니지만, 더 이상 길게 이야기하고 싶지는 않아' 수준의 심기 불편이 있는 정도이다.

이럴 때 우리는 더 나은 관계로 나아가지 않고 오히려 한발 물러선다. 친한 가족과 친구에게도 이런 일이 잦아지면 상처 입기가 두려워, 적당한 거리감을 더 편하게 여긴다.

그러나 이런 경우도 사실은, 상대가 서툴러 나에게 다가오지 못한 경우가 많다. 이럴 때는 내가 먼저 오솔길을 걸어가도 된다. 상대의 말을 있는 그대로 해석할 것이 아니라, 말속에 숨겨진 진심을 발견해 보는 것이다. 그러면 나를 생각하고 걱정하는 상대의 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이를 실천한 친구가 있다. 몇 해 만에 학창 시절 친구를 만난 적이 있다. 과거에도 착하고 좋은 친구이긴 했으나 그 사이 너그러움이 더 장착이 되어 있었다. 그 변화를 알려주었더니 하는 말이, "남편과 살다 보니 나도 그렇게 변한 것 같아"라고 말했다. 남편 성격이 온화하고 너그럽다며 자신도 모르게 말과 행동을 배우게 된 것이라고 했다. 이 친구는 남편과 매일 말의 오솔길에서 상대를 이해하고 진심을 드러냈던 것 같다. 세월이 흐르니, 친구의 말에는 예쁜 마음이 고스란히 베어나게 되었다.

저자는 유년의 이민 생활 속에서 타인의 언어에서 낯섦을 느꼈다. 말투 너머 태도에서 '환영받지 못함'과 '다름에 대한 부정'을 느낀 것이다. 다정해 보이는 말, 무례한 말 이면에는 말의 온도가 있다. 상대를 환대하는 마음인지, 방어하는 마음인지, 어떤 신념에서 비롯된 말인지에 따라 온도가 선명하다.

이것이 비단 다른 나라에서만 느끼는 낯섦일까. 상대가 전하는 말의 온도가 냉정함을 느낄 때마다 '관계'의 바깥을 서성이는 아이가 되는 건 우리 모두 마찬가지일 것이다.

저자는 '말'을 조심하고 '침묵'을 택하면서도 상대의 진짜 마음을 알아가려는 노력을 해 왔다. 그 결과 '태도에는 진심을 담되, 표현은 단정하고 따뜻하게 전해야 한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진심을 못 알아차려도 안 되고, 과하게, 혹은 무심하게 표현에서도 안 된다.'라고 말한다. 이건 한국인에게 특별히 더 요구되는 자세가 아닐까. 누구보다 정이 많고, 남몰래 도와주면서도, 앞에서는 무심한 척하기도 하고 반대로 말하기도 하니까. 그래서 드라마에 나쁜 남자로 보이지만 츤데레 캐릭터가 그렇게 인기를 끄는 것이리라.


우리는 종종 상대의 가시 돋친 말을 들을 때도, 무례함을 접할 때도 있다. 그때 저자는, 정면으로 부딪치기보다는, 물처럼 부드럽게 흘러가는 법을 배우자고 했다. 상대의 의도는 모른 척, 맑은 눈빛으로 순수한 믿음으로 가득 찬 눈빛을 건내라고 조언한다. 그러면 상대가 자신의 악의를 부끄러워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상대가 잘못된 말을 해도 빠져나갈 수 있는 출구를 남겨두는 방법이다.

이런 순진 무궁한 대응은 날카로운 칼날보다 더 강력한 힘을 지닌다.

그래도 상대가 계속 무례함을 행하면 어떻게 할까? 그럴 때 저자는 마음 질이 안 좋으면 알아차리면 된다고 말한다.

"상대를 지혜롭게 알아봤다면 스쳐갈 결단도 우리 어른의 몫이다."라고 덧붙인다.

저자의 가르침이 참으로 현명하다. "저 사람은 나이를 어디로 먹었나 몰라.", "아직도 철이 안 들었네."라고 말하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때 분에 차서 괜한 감정적 대응을 할 필요가 없다. 나도 언젠가 이런 일이 생기면 "설마, 이런 의도는 아닌 거죠?"라는 맑은 눈으로 질문을 하련다. 그래도 여전하면 어른스럽게 나의 친분 명단에서 그 사람을 지워버리면 그만이다.


언젠가 배우 윤여정 선생님이 인터뷰에서 김고은이 급히 다가오지 않아서 좋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대배우에게 친근하게 다가온 사람들이 얼마나 많았을까. 어려운 고비를 겪어온 분이라, 이렇게 다가온 사람들의 미소 속에 숨겨진 마음을 쉽게 파악했을 수도 있다. 그런 와중에 멀찍이서 천천히 다가온 김고은의 속도가 얼마나 반가웠을까.

반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고 말을 함부로 하면서 자신은 격이 없고 솔직한 사람이라고 말하는 경우가 있다. 저자는 신회는 천천히 익어야 깊은 향을 낸다고 했다. 상대의 마음에 물 한 방울 스며들지 않았는데, 혼자만 취한 태도는 경계를 넘은 침범일 뿐이다.

'격없음'이야 말로 서로의 온도를 맞춰야 한다. 상대는 아직 차가운 물인데, 혼자 끓어서 들이부으면 상대가 놀랄 수밖에 없다. 반면 언제 만나도 늘 거리를 두는 모습이면, 나와 친분을 가질 생각이 없나 보다라며 실망하게 된다. '적당히'라는 말이 생각보다 어렵다.

다행히 저자는 사람과 대화를 나눌 때, 한 가지 솔루션을 알려준다. 언어학자 마셜 로젠버그는 듣기를 할 때 상대의 말을 '부탁' 혹은 '고마움' 둘 중 하나의 감정으로 해석에 보라고 했다. 거기에 저자는 '상대의 불안'의 감정까지 해석해 보라고 권한다.

예를 들자면, 남편이 부인에게 꽃 선물을 했을 때, 쓸데없는 걸 사 온다고 말했다고 가정하자.

  • 부탁의 언어로 바꾸면, "이런 거 안 챙겨도 충분해. 자기 돈 버느라 힘들 텐데 걱정돼서 그래. 이 돈 잘 모아두면 좋겠다는 뜻이야."

  • 고마움의 언어로 바꾸면, "돈 벌고 일하느라 힘들 텐데 생각해 줘서 고마워. 그 마음이 고맙고 미안해서 그래"

  • 당장 활용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들을 때는 '부탁', '고마움'의 표현으로 번역해서 듣고, 말할 때는 '부탁', '고마움'이 드러날 수 있도록 말이다.

    말 습관을 가꾸는 또 다른 해법도 제시한다.

  • '왜'라는 날카로운 바람을, '어떻게'라는 봄바람으로

  • '못'이라는 벽을, '가능성'이라는 창문으로

  • '문제점'이라는 그림자를, '개선점'이라는 빛으로

  • 어쩌면 말을 이렇게 예쁘게 적는지, 필사하기 좋은 책이라는 말이 저절로 나온다.

    이 책의 마지막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마음에 와닿아서 옮겨 적어 본다.

    우리는

    아직도

    '어른이 되어가는' 중이다.

    그만큼

    말도

    함께 자라고 있는 중인지도 모른다.

    지치기 쉬운 무더운 여름, 휴가철에 읽으면 좋을 책이다.

    짜증을 멀리 보내고 따듯함이 몽글몽글 배어 나오게 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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