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후 재봉과 요가에 능한 어머니가 점점 운동능력을 상실하며 간병인의 도움 없이는 식사도 배변도 못하게 되자 이제는 그만하겠다 선언하고 단식으로 스스로의 죽음을 결정하는 여정을 재활학과 의사인 딸이 담담하게 기술한 책.
진단과 죽음까지 19년. 병 때문에 단순히 좌절한 게 아니라 병이 있어도 최선을 다해 할 수 있는 한 삶을 이어갔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이상은 주변에 도움을 주지 못하고 폐만 끼치는 존재가 될 수 없다는 굳은 결의를 느꼈다. 가족력이 있는 병이라 가까운 친척들 중에 많은 이들이 고통받는 걸 지켜보았는데 그 마음이 어땠을까 싶다.
3주 단식 후 임종(83세)하셨는데 결코 쉽지 않고 고통을 호소할 때도 많은 듯하다. 의사인 딸이 3주간 곁에서 간병인과 함께 돌보는데도 힘든데 일반인이 이런 일을 해낼 수 있을까.
나역시 의미없는 연명 의료는 받고 싶지 않고 병원에서 온갖 고통에 시달리고 싶지 않다. 내가 원할 때, 이만하면 그만해도 된다 싶을 때 떠나고 싶다. 스위스까지 가지 않아도 되었으면 좋겠다. 스스로 하기에는 너무 오래 걸리고 너무 고통스러운데 환자의 비참함을 덜도록 도와주는 법이 만들어지길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