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바람이 휘돌아가는, 마른 풀이 가득 서걱이고 있었으나 여전히
빈들
에서 춤을 추었던가?
엄마는 다 같이 이리저리 우쭐거리는 동네아줌마들에게 둘러싸여 흔들리는
버스 안
에서 춤을 추었다.
그런 생각, 그런 표정 속에서 그런 몸짓도 춤이라면.
엄마의 어깻죽지를 방패삼아
세상과 나 사이의 거리를 재며 불안한 눈으로 밖을 보는 아들을 둔 엄마는
바로 그 아들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다가 무언가를 썰던 작두에 손을 베었다.
굳이 작두가 아니었더라도, 굳이 손이 아니더라도
베고 베일 것이 많은 나날이었다.
내가 이 영화를 보았던 2009년엔 아직 모든 것이 선명해지기 전이었다.
나는 가벼운 마음으로 그다지 깊은 생각 없이 흘려보내듯 보았던 이야기인데
요즘 새록새록 생각이 난다.
아이는 자라 청년이 되려하고 엄마는 늙어가는데
눈 앞에 두고 뚫어져라 바라보며
떨리는 시선으로 매만지고 또 매만지고 쓰다듬을수록
가까스로 겨우 가벼운 한숨이 난다.
어느 새 봄이 부풀어올라 성급한 여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