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갑자기 찾아 든 자유에 나는 감당할 수 없는 시간적 여유와 감시 받지 않는 시선으로 적응할 수 없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첫 알바로 '버거 잭' 햄버거 가게에서 일했다.
당시 사장님은 지금 생각해보면, 잘생겼을 뿐 아니라, 성품도 훌륭하신 너무 멋진 분이었다. 처음으로 남 밑에서 일해서 그런지, 아침 9시 30분까지 매장에 가는 것부터 너무 힘들었다. 군대 입대하기 전 약 20일 정도 일했는데,무엇보다 힘든 것은 휴일이 없었다는 점이다. 휴일 없이 일하는 것 10일이 지나자 지옥 같은 느낌이 들었다. 게다가 점장이라는 자의 친절을 가장한 갈굼은 참기 힘든 일이었다. '일을 못한다.', '그래서 대학을 나와야 한다.' 그래도 나는 약 100일을 채워 일하고, 군에 입대했다. 그리고 그때 받은 월급을 모아 엄마에게 순금 3돈 짜리 순금으로 된 장미 모양의 금반지를 해주었다. 당시 약 10만원 조금 더 준 것 생각되는데, 지금 3돈이면 못 되도 150만원은 된다고 한다. 3달 간의 알바를 통해 많은 것을 배웠다. 무엇보다 가슴 깊이 배운 것은 학교 다닐 때, 선생님들이 하시던 말씀,,
'돈버는 것보다 공부하는 것이 휠씬 더 쉽다.'
알바하며 하루에도 몇 번 씩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아침에 눈뜨면, 매장으로 가는 길이 마치 소가 도살장에 끌려가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점장에게 인사할 때면, '저놈이 또 오늘은 뭘로 갈구려고 하나'
세상이, 사람이 싫어지게 만드는 인간...자기 동료마저 괴롭게 갈구는 인간...
출근과 함께 입에서는 '야! 빨리 꽃판 만들어 300개 정확히 만들어'
점장은 자기 아래 사람인 알바생 3명에겐 마치 인사계와 사단장을 섞어 놓은 군인처럼 행세했다.
하지만, 사장 앞에서는 갓 태어난 아가와 같은 해맑은 얼굴로 아부를 떨었다. 그런 광경을 본 나는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이 인간이란 말을 해준 세계사 선생님의 말을 곱씹었다.
꽃판을 만들기 위해, 나는 조리실 구석에 쪼그려 앉아, 토마토를 자르고, 양상추를 씻고 부서 피클을 오려 꽃판을 만들었다. 이렇게 미리 만들어 놓은 꽃판을 빵과 햄페티를 굽고, 그 위에 올려서 종이 포장하면 하나의 햄버거가 완성되었다. 당시 롯데리아 햄버거가 600원 하던 시절, 소고기 패티를 자랑하던 우리 햄버거는 1,100원이었다. 나름 고급진 햄버거를 약 100일 만들면서 느끼게 된 것이 있다.
알바도 사람이다. 사람 대접해 달라, 그리고 장사가 잘되면, 알바에게도 보너스 좀 다오...아무런 메리트가 없으니 손님 들어오는 것이 그렇게 싫을 수 없었다. 게다가 만들기 힘든 음식 주문하면 진짜 입에서 욕이 절로 나온다. '어니언 링 시키는 손님에게 옆 가게 가서 양파링 과자 사드세요.'라고 말하고 싶을 때가 얼마나 많았던지...ㅋㅋㅋ300원짜리 양파링 사드시지, 800원하는 어니언링을 왜 사드시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