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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가 그것을 증명한다.

어머니와 함께 서울 병원에 다니며, 같이 수술받고 항암 치료를 받던 아주머니께서 돌아가셨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어머니께서는 한숨 깊이 내쉬고, 눈물 가득한 눈으로 "잘 갔을 거다. 좋은데 갔을 거다."

수술을 받은 이후, 강릉에서 서울 병원으로 가는데 같은 버스에 탔던 아주머니가 마침 같은 병원, 같은 진료실 앞에 앉는 것을 보고 서로 알게 되었다.

일 주일 차이로 수술했고, 먼저 수술한 아주머니는 아직 1~2기라 항암치료를 쎄게 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아주머니와 약 2년 간 서로 알고 지냈다. 처음 몇 번은 같은 날 항암치료를 받았는데, 어느 순간 부터 서로 치료 날자가 틀려졌다. 같은 날 수술받은 분들과도 하나 둘, 치료 일자가 틀려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동병상련이라고 했듯이 같은 병에 같은 날 수술한 분들은 서로 연락처를 주고 받기도 하면서 처음엔 서로 연락했지만, 어느 순간 부터 한 분 두분 연락이 안되고, 몇 달이 지난 뒤 병원 간호사에게 안부를 물으면 재발했다.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전해 듣게 되었다. 아주머니와도 어느 순간 소식이 뜸해지더니, 서로 소식이 끊긴지 6달 정도 지났을 때 아주머니의 딸에게서 연락이 왔다. 집 가까운 병원에 입원해 있다가 간으로 전이되어 고생하시다, 저번 주에 돌아가시고, 장례를 마쳤다고 했다.

아주머니의 딸은 엄마를 고생시킨 아버지에 대한 분노가 아직 가시지 않은 상태였다. 이제 딸은 대학을 졸업하고 공무원시험에 합격하여 얼마 전 첫 월급을 받았다고 한다. 첫 월급으로 엄마의 장례를 치르게 될지는 몰랐다고 말하며 울었다.

아주머니께선 돌아가실 때, 자신을 치료해준 의사선생님에게 '왜 좀더 강한 항암제를 놓아주지 않았는지 원망도 잠깐 했다고 한다.'

암이 퍼져나가는 고통 속에서 눈물로 남편에 대한 원망을 쏟아내기도 했지만, 마지막엔 딸을 잘 부탁한다고 이야기했다고 한다. 딸과의 마지막 날엔 조용히 '착한 남자 만나서 행복하게 살고, 오래 행복하게 살다가 나중에 만나자'고 말했단다.

장례가 치러지는 동안 아주머니의 남동생들이 누나를 치키듯 장례식장에서 밤을 지샜다고 한다. 마치 그 누구도 누나를 건들지 못하게 하겠다는 의지를 보내주었다고 한다.

아주머니와 2년 여 간 함께 치료 받으면서 또 서로 이야기하면서 여자의 삶과 서로의 처지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했는데, 서로 의지할 곳을 찾던 환자들이 벗으로 발전해 갔다. 이야기를 하다 보니, 하나하나 너무도 서로 비슷한 삶과 비슷한 고민과 힘든 생활 게다가 공통적으로 받았던 정신적 스트레스에 대해 말하면서 서로 손뼉을 치며 뭔가 큰 원리를 알아낸 것처럼 서로 웃던 시간을 어머니는 그리워 했다. 

1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 설탕, 근대의 혁명
  • 이은희
  • 22,800원 (5%1,200)
  • 2018-04-16
  • : 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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