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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자물쇠
  • 내 친구 노무현
  • 김수경
  • 13,500원 (10%750)
  • 2014-11-05
  • : 256

예전엔 한 사람이 죽으면 그를 알던 이들이 그 죽음을 애도하는 만가와 행장, 묘지명 묘비명을 썼다. 또 유족들이 고인을 위해 자료를 모으고, 문집과 함께 엮어 기록으로 남기기도 했다. 이는 한 생에 대한 예의였다.  망자의 죽음은 그가 더불어 갖고 갈 나에 대한 기억의 죽음이기 때문에 나의 죽음이기도 하다.  반대로 내 기억으로 인해 그의 일부는 여전히 살아있는 것이기도 하다. 따라서 한 사람이 죽으면 우리는 망자에 대한 우리의 기억을 꺼내서 망자의 한 생을 온전히 완성시켜줄 의무를 지닌다.  그 의무를 마쳐야 비로소 한 죽음이 끝나게 된다. 망자와의 온전한 작별인사 그게 레퀴엠이고 애도사다.

작가 김수경은 스무해 넘게 교유했던 오랜 친구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기억을  <<내친구 노무현>>이란 문학적 방법을 통해 증언함으로써, 망자에 대한 의무를 완성했다.  저자는 장르와 소재, 문학적 기법 모든 곳에서 포갬과 뒤섞임이 일어나는 아주 독특한 소설 한 권을 친구 노무현에게 헌정했다. 책의 얼개는 저자가 11일 간의 여행동안 몰락한 자들의 도시를 돌면서 -아니 저자가 몰락한 자들을 찾아갔다는 게 더 맞는 표현이다- 만난 죽은 자들의 행적과 노무현 대통령에 관한 저자의 기억을 교차적으로 풀어놓는 형식으로 씌여졌다. 책 속에서 현실의 여행과 노무현 대통령을 향한 기억의 여행이 포개지고, 이 두 여행에 따라 공간과 시간이 뒤섞이며, 노무현 대통령은 몰락을 통해 자신의 정체를 증명했던 현실세계의 추방자며 순교자였던 사람들, 즉 마이너리티였으나  역사속에서 혹은 문학 속에서 부활된 사람들과 포개진다. 나아가 이 포갬과 뒤섞임은 구체적인 역사에 보편의 문학을 포개고 기억의 진실과 소설의 허구를 포개는 서술 방식에까지 일어난다. 이로써 저자는 노무현에게서 정치인의 아우라를 덜어내고 그 자리에 인간적 품위를 지녔던  "내 친구"의  진솔한 모습을 부각시켰고, 육체적으로 몰락함으로써 정신적으로 부활했던 "위대한 정신들"의 반열에 노무현을 편입시킴으로써 그를 역사적으로 부활시켰다. 문학의 자리에 올려놓는 것만큼 좋은 애도사는 없다!! 

 

그런데 저자가 문학을 통해서 복원하려 했던 진실은 노무현이라는 한 개인의 진실이 아니라 노무현과 김수경 두사람 사이에 있었던 특별한 교유에 관한 "관계"의 진실이었다. 그녀가 증언한 것은 정치인 노무현이라기 보다는 그녀가 만났던 노무현이라는 한 개인과의 우정의 역사였다. 그녀와 노무현 대통령의 관계가 "정치적 거래관계"가 아니라 마음의 후원관계, 우정의 관계였다는 것이고, 또 그들의 우정은 실체적이라기보다는 그녀가 노무현에게 가졌던 환상과 믿음, 인상에 기반한 것이라는 것이다. 그녀는 노무현에게서 혁명적 이상과 진솔함, 개인적 매력을 느꼈고, 그 아우라는 그녀가 물심양면으로 후원할만한큼 경도된 것이었다. 그녀는 통속에서 그들의 만남을 구하려했고, 이 책은 그 점에서 성공했다. 그녀에게 노무현은 이념적 동지가 아니었고, 허물없는 친구도 아니었고, 숨겨진 연인도 아니었다. 그렇지만 그 모든 것을 뛰어넘는 "아름다운 동지적 관계"가 그들 사이에 있었다. 그 모든 고초를 순순히 받아들이게 하는! 그것을 그녀는 "내 친구":라고 명명했다. 1987년부터 2009년 5월 23일까지 한 사람을 물들였던 아름다운 관계에 대한 기록, 사람의 아름다움을 엿보게 한 데에 이 책의 문학적 의의가 있다. 저자는 책을 쓰는 내내 "노무현은 '나의' 문학이 될 수 있는가"를 고민했다고 한다. 역사의 특수성과 문학의 보편성이 만나는 지점, 정치인 노무현과 인간 노무현이 만나는 지점을 잘 드러냈다는 점에서 <<내 친구 노무현>>은 ":모두의" 문학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역사적 진실보다는 문학의 알레고리로 읽는 것이 더 풍부하게 읽히는 이 책이 오로지 문학적 텍스트로만 읽혀질 수 없다. 애도라는 아주 사적인 일을 소설이라는 공적 기록물의 형식으로 출간할 때,  이 애도사는 불가피하게 정치적인 색채를 띄지 않을 수 없다. 노무현이라는 "역사적 개인"과 만났고, 정치적 소용돌이 속에서 정치적 사건을 목격했기에 그의 소설적 증언은 불가피하게 대중적 담론의 영역 속으로 들어왔다. 이 책의 향방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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