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겨울과 고양이.
난 반려견이나 반려묘를 키우는 사람도 아니고 동물을 특별히 더 사랑하는 사람도 아니긴 하다. 멀리서 보거나 영상으로 보면서 예쁘다 생각하는 정도의 사람이다. 그런데 이렇게 추운 겨울이 되면 연관되어 생각나는 고양이가 있다.
둘째가 초등학생 때 어느 눈 오는 겨울날, 급하게 뛰어 들어오며 작은 새끼 고양이가 자기를 자꾸 따라오니 집에서 키우면 안되겠냐고 간절한 눈빛으로 부탁한 적이 있었다. 너무 예뻐서 키우고 싶다고. 하지만 생각할 것도 없이 거절했었다. 일단 어미가 있는 새끼를 함부로 데려오는 건 고양이에게도 좋지 않다. 그리고 어렸을 때부터 아토피에 비염, 동물털 알러지가 있는 둘째기에 건강상의 문제로 안된다고 단칼에 거절하고, 아이는 잠시 실망했지만 길게 실랑이 하지 않았었던 기억이다.
그런데 그 날 뿐만 아니라 사실 그 이후로도 찬 바람이 불거나 특히 그날처럼 눈이 오는 날에는 본 적도 없는 그 새끼 고양이가 자주 생각난다. 성묘가 되어 잘 살았으면 좋겠다라는 간절한, 그리고 미안한 마음과 함께. 하지만 그렇다고 다시 그 순간으로 돌아갔을 때 키울 수 있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
<샤무르>에 나오는 고양이 샤무르는 밖을 떠도는 고양이는 아니다. 태어났을 때부터 따뜻한 가정에서 사랑을 많이 받다 돌아간 그런 고양이다. 인간이 태어날 부모와 장소를 선택할 수 없듯이 샤무르도 그랬을테다. 태어나는 그 순간부터 따뜻한 시선 속에서 돌봄을 받는 샤무르. 이 책은 샤무르의 - 혹은 어떤 고양이라도- 사소한 행동과 습관, 표정들을 시종일관 따뜻한 시선으로 관찰하여 기록하고 있다. 아주 심플하지만 매우 유려한 삽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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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시선으로 흐뭇하게 샤무르의 모습을 따라가다, 마지막 페이지에서 보이지 않는 샤무르를 보니 아주 짧은 순간 만난 아이임에도 마음 한켠이 저릿하다. 이럴진대 함께 동고동락하는 가족으로서, 혹은 꾸준히 살피고 보호해 온 집사로서 그들의 갑작스런 부재는 큰 아픔이지 않을까 짐작만 해 본다.
고양이는 사람의 시선과 상관없이 자신의 길을 가는 독립적인 동물처럼 보인다. 어쩌면 내가 그 추운 겨울날 거부했던 고양이도 자신의 길을 가는 씩씩한 아이였을지도 모르겠다. 그림책 속 샤무르도 주인의 사랑을 갈구하기 보다 자신의 자리에서 자신의 루틴을 이어가는 독립적인 개체로 보인다. 그렇지만 타자가 따뜻한 시선으로 보느냐 아니냐는 또 큰 차이를 만들어 낸다. 그들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살아 숨쉬며 자신의 삶을 충실히 이어가는 이 신비하고도 독립적인 생명체에 따뜻한 시선 외에 무엇을 더 줄 수 있을까.
이 그림책의 심플하면서도 따뜻한 그림체와 색감은 샤무르 뿐만 아니라 세상 모든 고양이들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을 전달받게 해주고, 나 역시 그런 시선으로 그들을 바라 보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한다. 또한 따뜻한 시선과 돌봄 외에 현실적으로 그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지구를 나눠 사는 인간으로서의 자세는 무엇인지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다시 그 겨울의 그 새끼 고양이를 마주하는 일이 생긴다면 난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