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년감수.
목숨이 10년을 줄었음을 뜻하는 말이란다. 많이 놀라거나 위험을 넘기고 나서 사람들이 으레 하는 말. 그런 식의 스트레스에 정말 물리적으로 육제가 그런 반응을 한다고 하니 그걸 어찌 알고 그런 말을 만들었는지 옛 사람들의 지혜는 참 놀라워.
'언의 한계' 가 '세계의 한계' 라던가. 어떤 말을 체험해서 그 언어가 내 삶의 일부가 될 때 세계의 한 켠이 넓어지는 것일 터.
어제 새벽에 사고가 있었다. 요즘 동시에 마음에 불편한 것들이 잔뜩 있었던 친구와 내가 하루를 마무리하던 늦은 밤.. 좁고 비탈진 청담동 어느 골목. 앞,뒤,옆 밀려오는 차들 속에서 차를 피하려고 앞, 뒤 조금씩 차를 움직이다가 친구가 그만 고단하고 당황한 상황에 브레이크를 밟는다는 것이 엑셀레이터를 밟은 것. 주차돼있던 차도, 친구의 차도 무척 많이 손상됐을 만큼 충격이 제법이엇고 무엇보다 차 밖에 나왔있던 주인이 조금 다쳤다. 다행히 그가 잘 피했고 좋은 사람이어서 정말 십년감수.
새벽에 여자 둘이 경찰서까지 가서 얼마나 무서웠던지. 몇 시간 사이 벌어진 일. 많은 생각들이 쏟아졌지만.. 어이없이 순식간에 벌어진 사고. 운동신경 조차도 아무 것도 아닌 숨쉬는 순간들 조차도 참 겸허하게 하늘의 존재와 인간의 나약함을 생각하는 것이 옳구나..하는 생각. 가난한 심령, 온유한 마음의 힘이 그러한 것이구나..그냥 어떤 많은 말이 필요없는 그런 시간. 병원비, 수리비, 시간과 에너지, 놀란 마음.. 그 대가들이 과하다 싶지 않을 만큼.
친구와 나에게 새해를 맞이하기에 아주 적절하고 약이되는 몇 가지 언어들을 주는 그런 겨울밤이었다.. 하늘 아래 작은 존재감. 삶과 사랑에 대한 절대적인 마음. 그리고도 몇 가지..
잠깐 눈을 붙히긴 했지만, 아.. 너무 고단하네. 오늘은 깊은 잠이 예상되는 그런 밤이겠다. 문제는 밤이 되기전까지 해야할 허덕허덕한 스케줄들. 흐흑.
그래도 새롭게 옷깃을 여며야지.
2006 겨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