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林

 

언젠가 외출하는 길에 그냥 핸드폰으로 찍은 엄마 사진. 내가 무슨 일을 하고 돌아다니건 한번도 나에게 믿음을 저버리지 않은 당신. 물끄러미 사진을 보고 있자니 괜히 가슴이 먹먹해지네요.

돼지고기 삶을 때는 커피를 조금 넣으면 맛있다는 것 / 다쓴 고무장갑은 잘게 자르면 고무밴드가 된다는 것 / 다림질 할 때 스팀기에 린스를 아주 조금 넣으면 향긋하게 다릴 수 있다는 것 / 접착용 걸이를 이용하면 좁은 공간들을 활용할 수 있다는 것 / 남자에겐 잔소리 백번 보다 치켜 세워주는 한 마디가 훨씬 파워풀 하다는 것 / 어딜 가든 누군가 한 사람만 움직이면 많은 사람들이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 / 좋은 글이란 읽는 이의 마음이든 생각이든 움직일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는 것 / 아빠처럼 그냥 한결같은 평평한 남자가 함께 살기 좋은 남자라는 것 

수백만 가지의 것들. 30여년간 살면서 필요한 건 다 엄마한테 배웠네요. 고마워요. 엄마.

사소하거나 하찮거나 약하거나 안 보이거나, 참 총천연색으로 느끼고 기뻐하는 사람, 엄마.  세월이 많이 흘렀는데도 엄마는 여전히 표정이 소녀같으시네요. 

이젠 속 깊은 딸이 되어드리고 싶은데.. 아직도 저 하고 싶은 것만 실컷 하고, 아까는 잔소리 싫어서 전화 끓으려고 바쁜척 했어요. 아시면서도 모르는척 하신거죠.. 죄송해요. 전 누굴 닮아 그렇게 잔소리 듣는 걸 질색할까요. 흐흑-

나의 껍데기, 엄마가 지켜주신 지붕 밑 온도 아래서, 불효막심한 가스나는 당신의 알맹이로 오늘도 살아요. 내 안에 나도 어쩔 수 없는 GR맞게 못되먹은 승질도 엄마의 선한기운 덕에 평온을 찾아요.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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