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만 보고 목례하는 관계. 하루에 보통 열 댓번. 아는 듯한 얼굴이거나, 간단한 인사 정도 하는 사이. 참 많다.
적당히 응수하고 거리두고 웃는 관계. 그가 슬프다고 해서 나까지 완전히 슬퍼지지는 않는. 대략 나이스하고 쿨한 척하면 설정도 먹히는 사이. 내가 언제 슬픈지 기쁜지 말할 필요 없을 사이.
평가하는 관계. 대학 이후 만난 친구들 대부분이 여기 속하지 않나 싶은데. 친한척 공감하는 척하기도 하고, 때로 진심이지만 참도 거짓도 아닌 그 진심 속에서, 조금 촌스럽게 행동한다 싶으면 매끈하게 미끄러져 한 걸음 뒷걸음질 치는 사이. 따뜻한 듯 싶은데, 내 행동 하나하나가 알고보면 대개는 채점당하고 있는. 관심사 다르고 얘기 수준 안맞는다 싶으면 바로 차가움이 느껴지는. 적당히 자기가 하고 싶은 얘기, 듣고 싶은 얘기를 중심으로 연결되는 사이.
뭐, 그래서 슬프다는게 key sentence는 아니고. 갑자기 사람과 사람의 관계, 촌스러운 끈끈함의 가치가 그리워서. 내가 땡깡부리면 바보야! 라고 버럭 소리지르더라도 충분히 촌스럽거나 유치할 수 있었던 그런 이름들이 그리워져서.
언젠가, 내 손에 지하철 패스를 쥐어주던 교회 언니. 공부 열심히 하라고. 가방 끈 잔뜩 긴 사람들 사이에서 느끼기 어려운 그런 긴장 없는 포옹. 정말, 가슴과 가슴이 닿는 것 같은. 그 온기. 그 표정. 그 눈물....
언젠가, 결혼하고 싶은 사람에 대한 나름애 잣대로 가족 사진에 대입해 보아 그림이 그려지는가. 다정하게 말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따뜻한가. 미운짓을 해도 그냥 이쁘게 보이는 때가 많을까. 내가 50점짜리 행동 하고도 내 편이니까 그냥 안길 수 있을까. 평생 말이 통하는 좋은 친구가 서로에게 되어줄 수 있을까. 정도를 생각했던 기억이 있다.
사람에 대해 기대를 하지 않는다고 해도 내 편이란 그런 것일 텐데... 몇 장면이 자꾸 마음을 건드려서 울컥하기도 생각하게 하기도 하는 그런 아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