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에 처음 출간된 책이다 보니 지금의 과학적 사실이나 사회 개념과 부합하지 않는 내용이 있다. 가령 조현증 환자의 땀 냄새가 정상인과 다르다는 유사과학이 남아 있기도 하고, 촉각에서는 엄마와 아기의 신체 접촉만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 퇴직한 남성 자원봉사자의 캥거루 케어에 대해 '아무 할 일 없는 뚱뚱한 중년 신사'라고 하거나, 동양인은 개고기를 먹는다는 일반화라든지, 남학생 기숙사의 성희롱에 대한 무신경한 반응이라든지 걸리는 부분이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감과 공감각에 대한 이해의 저변을 넓히는 폭넓은 지식과 유려한 문체로 인해 옛날 책의 결함은 눈 감아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더 지적할 문제는 출판사이다. 작가정신 출판사는 이 책을 2004년에 출간했다가 2023년에 개정판이라고 다시 냈다. 근데 정말 개정판인가? 종이책에서 양장으로 바뀐 거 외에 뭐가 바뀌었는지 모르겠다. 도서관에서 2004년 책을 대여해 보고 소장각이라 개정판을 샀는데, 새로 교정/교열된 흔적을 찾을 수 없다.
75쪽. 정신분열증->조현증으로 2011년에 명칭 변경되어 있는데 수정되어 있지 않다.
115쪽. 비둘기똥으로 머리를 표백한다는 표현이 그대로다. 탈색으로 변경하는 게 더 맞지 않나?
369쪽. <미지와의 조우>는 책이 아니라 영화다. 왜 정정이 안 되고 있는 걸까.
417쪽. 파랑어치도 여전히 수정 없이 푸른여치로 남아 있다.
개정판이라면 책표지 바꾸고 가격 올리는 게 다가 아니다. 재번역은 안 하더라도 편집자가 다시 한 번 들여다봐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