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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sun's Library


많은 사람들이 대화를 한다.
또는 대화를 한다고 착각하며
침 튀겨 가며 자기 얘기를 하기에 바쁘다.

수많은 사람들이 마주 앉아, 술잔을 기울이며, 전화로 밤을 새며
끝도 없이 많은 말들을 주고 받지만,
유감스럽게도 대화가, 소통이 가능한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서로 핑퐁을 치듯이 주고 받으며 자기 얘기를 할 뿐이다.

노래방에서 다른 사람이 노래할 때
듣는 시늉을 하면서,
가끔 탬버린도 쳐주시면서,
다음 곡 번호를 찾는데 여념이 없는 것처럼,

상대방이 얘기를 할 때
열심히 듣는 대신,
자기가 무슨 얘기를 할지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는 상대방의 얘기가 끝나기가 바쁘게,
때로는 상대방의 말까지 잘라 가며 신나서 자기 얘기를 한다.
듣는 사람의 지루한 표정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친구가 팀장한테 작살나게 깨지고 우울해서 술 한잔 하자고 할 때,
그 친구가 바라는 건 하나 밖에 없다.
자기의 분통 터지는 얘기를 들어주는 것.

묵묵히 자기 얘기를 들어주며
때때로 "진~짜 나쁜 놈이네. 내가 가서 때려 줄까?"하고 추임새를 넣어 주는 것.

그렇게 내 얘기를 귀담아 들어주고,
맞장구 쳐줄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건 정말이지 행복한 일이다.

하지만...친구의 얘기를 묵묵히 들어주는 대신
이렇게 친구를 위로(?)해 주는 사람들이 많다.

"야...그 정도는 말도 마. 우리 팀장은 말이지, 얼마나 더한 줄 알아?"

이렇게 시작해서 신입사원 때부터 현재까지의 팀장들을
쭈~욱 연대기적으로 열거하며
일일 드라마 방송시간 보다도 길게 파란 만장한 무용담을 늘어 놓는다.

그 사이에 안주로 시킨 찌개 국물은 식고,
우울한 친구는 홀짝홀짝 혼자 술을 마시다 얼큰하게 취해 있다.

길고 긴 무용담을 마치며 우울한 친구를 위해 이렇게 조언(?)한다.
"너네 팀장 정도는 양반이야. 알겠지? 그러니까 힘내!
건배하자구. 홧팅!"

누구나 자기 얘기를 열심히 들어주는 사람을 좋아한다.
그래서 <연애의 기술>, <유혹의 기술> 같은 책들을 보면
핵심기술(?)로 "질문하기", "공감하며 들어주기"가 나온다.

상대방에게 얘기하기 편한 분위기를 만들어 주고,
하고 싶은 얘기를 할 수 있도록 질문해 주고,
상대방이 하는 얘기를 공감하며 들어주는 것.

이거야 말로 작업의 정석일 뿐 아니라
비즈니스 협상의 핵심이다.

나 또한 내 얘기를 잘 들어주는 사람을 좋아한다.
연애할 때도 내 얘기를 묵묵히 들어주는 과묵한 남자가 좋다.
므흣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여 주는 남자!
(이상하게도 수다쟁이 남자에게는 이성적 감정이 생기지 않는다.)

모처럼 주말 내내 혼자 있었다.
토요일, 일요일을 완전히 혼자서!
전화도 받지 않았다.

12월부터 송년회에 신년회에 이런저런 모임들에
과식과 과음, 그리고 말, 말, 말들로 지쳐 있었다.

간만에 오피스텔도 청소하고, 허리 아플 만큼 잠도 자고,
이틀간 침묵 속에 있었더니 뭔가 에너지가 충전되는 느낌이다.

가끔은....... 침묵이 필요하다.

파스칼은 이렇게 말했다.
"세상의 모든 불행은 단 하나의 이유,
방 안에서 조용히 휴식할 줄 모르는 데서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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