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전체보기

알라딘

서재
장바구니
영화처럼 음악처럼
  • 노동여지도
  • 박점규
  • 15,120원 (10%840)
  • 2015-04-28
  • : 274

우리 모두는 이 세상에 태어나는 순간 노동자로서의 삶을 살아가야 할 운명에 놓이게 된다. 인간은 태초 이래로 먹기 살기 위해 노동을 해야만 했다. 인류의 역사는 노동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간에게 필요한 의식주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몸을 움직여야만 했다. 물론 초기 노동은 먹고 살기 위한 수단이었지만, 도시화와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노동은 단순히 먹고 살기 위한 의미를 넘어 인간의 존엄성과 생존, 그리고 권력의 문제로 넘어가게 되었다. 인간이 노동으로부터 소외당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하였다.

 

현장 노동자들의 이야기는 아니긴 하지만 직장인들의 애환을 그린 “미생”이라는 드라마가 케이블TV 드라마로는 이례적으로 많은 사람들의 인기를 얻은 적이 있었다. 원래 원작인 만화를 드라마로 만든 것인데 만화 이상으로 재미가 있었던 작품이었다. 드라마에 등장한 “장그래”는 이땅의 비정규직을 대변하는 이름이 되기도 하였다. 드라마는 우리가 매일 접하는 회사 내부의 일을 잘 보여주었을 뿐만 아니라, 하루 하루 힘들게 살아가는 직장인들이 겪는 고민과 애환을 잘 그려주어서 호평을 받았다. 드라마에서는 희망의 메시지를 던져주는 장면들이 있었지만 실제 노동현실은 가혹하다.

 

TV나 신문을 보면 열악한 노동현실을 고발하는 뉴스와 기획기사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노조탄압은 현재의 우리 노동현실을 단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단어가 아닐까 한다. 이런 노동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시위를 하고 재판을 해보아도 결과는 별반 달라지지 않는 것 같다. 노동자들의 실생활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큰 차이가 없다. 자신의 신변에 일어날 수 있는 위험까지 감내하며 분신과 고공농성을 마다하지 않는 노동자들이 있음에도 큰 변화가 없는 우리 사회를 보면 우리 사회의 노동현실에 대한 인식수준과 이중적인 시선을 읽을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지은이는 책에서 2014년 3월 ‘삼성의 도시’ 라고 불리는 수원에서 시작하여 2015년 4월 ‘책의 도시’인 파주까지, 1년 2개월 동안 전국 28개 지역을 발로 뛰어 다니며 직접 몸으로 체험하고 겪은 우리 노동 현장의 목소리를 들려 주고 있다.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고용불안과 열악한 노동시장의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최근까지도 쌍용차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투쟁은 우리 사회의 화두였고, 아직도 제대로 해결이 되지 않고 있다. 역대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앵무새처럼 똑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노동현장은 그리 달라진 것이 없는 것 같다.

 

기업이나 정부에게 기대할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까움을 넘어 분노마저 느껴진다. 이런 현실에서는 노동자들이 변화하고 진화할 수 밖에 없다. 책에는 부도난 회사를 인수해 노동자 자주관리회사로 전환하고, 노조와 병원장이 함께 공공병원을 이루어 내는 등 노동자들이 직접 노동현장을 바꾼 사례를 들려준다. 희망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희망이 현실이 되기까지에는 너무나 많은 시간을 거쳐야만 하고 고통과 희생을 감내해야만 한다. 그리고 그와 같은 희망을 일구어내는 현장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다.

 

노동의 문제도 결국은 우리 모두의 인권 문제로 귀결된다. 일한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받고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으며 최저한의 생계는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너무나 당연한 명제다. 하지만 잘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중요한 것은 이는 노동자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는 지금 현재 대한민국에서 살아가고 있는 우리 모두의 문제다. 우리 모두가 눈과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