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뷜랑뷜랑




사람들은 저마다의 상처를 가지고 살아간다. 어쩌면 사람이란 상처로써 지탱되고 상처가 있으므로 살아가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살아간다는 건 또 다른 상처를 만들어 나가는 과정이고, 다른 상처를 몸 어딘가에 새김으로써 이전에 자신을 괴롭히던 상처를 아물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때론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커다란 상처와 맞닥뜨리기도 한다. 그 상처를 우리 몸을 구축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휘게 한다. 마치 식물의 줄기처럼 여리게 줄 서 있는 자그마한 상처들을 짓누르면서 삶의 전진을 더디게 만드는 것이다. ‘다르마 2부 – 치료’의 사람들은 모두가 삶의 휘어짐을 경험했거나 겪고 있는 자들이다. 그들에게는 삶이 버겁기만 하다. 그들의 상처를 형성한 것은 가까운 이의 죽음이다. 아들이 죽은 후로 꿈에서조차 아들을 만나볼 수 없었다고 고백하며 울음을 터뜨린 여자, 어린 나이의 손자가 살해당하고 그 아이의 어미이자 자신의 딸도 암으로 타계한 노파. 이들의 고통을 달래주는 것은 약물도, 정신과 치료도 아닌 그저 명상이었다. 내쉬고 들이마시는 숨을 코끝으로 혹은 폐로 느끼는 것, 디디고 있는 바닥의 느낌을 발바닥으로 알아채는 것, 그리고 내가 존재하는 것을 깨닫는 것. 얼핏 보기에 하잘것없어 보이는 간단한 행위를 하는 것이 그들에게 놀라운 위로가 될 줄 누가 알았을까. 나는 명상 치료를 받기 위해 방 안에 모인 사람들에게 이유 모를 동질감을 느꼈다. 한 명 한 명의 얼굴이 낯익었고 그들이 내뱉는 고통의 언어가 가슴에 비수로 꽂히는 듯했다. 사실 내 삶도 그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휘어진 삶이었다. 고통스러워하거나 내색하지는 않지만 얼마간, 남들이 보기에는 상당히 휘어져 있음을 알고 있다. 내가 교회를 다니는 것도 머리 위에 얹힌 짐의 무게를 덜어낼 수 있을 거라는 희망 때문일는지도 모른다. 확실히 절대적 존재에 대한 믿음을 가진다는 것은 도움이 되었다. 나는 엇나가지도 특별히 바르지도 않은 삶을 살아왔고 그것이 내 휘어짐에 비하면 꽤 준수하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고백건대, 내게 충만하다고 생각했던 믿음이라는 것이 완전하지 않음을 깨달았다. 믿음이라는 자체에 대한 부정이 아닌 그것이 내게 수용되었을 때의 완전함을 일컫는 것이다. 헤르만 헤세의 소설 [싯다르타]의 주인공 싯다르타가 느꼈던 갈증과 같은 것을 나도 느끼고 있었다. 그때 내 정신 언저리를 깨운 것이 불교의 가르침이었다. 얽매이지 말라는, 모든 존재를 소중히 대하라는 교리를 공부하며 매력을 느꼈던 것 같다. 그토록 배척하던 불교에 호의를 가지기 시작했으니. 불교의 가르침이란 영상에도 나왔듯 시간을 초월하고 현세에도 미치는 힘을 지니고 있다. 우리의 몸을 이루는 상처 전부는 시간이라는 틀 안에 갇혀 있다. 상처란 곧 과거의 사건으로부터 새겨진,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부터 그려지는 허상에 불과하다.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자꾸만 앞으로 나아가려고 서두르지 않는다면 우리 삶은 한층 안정되고 편안하다고 불교는 가르치고 있다. 소설 [싯다르타]의 싯다르타가 마지막에 도달한, 시간을 초월하고 자유를 품은 그 깨달음의 상태가 불교의 이상향인 것이다. 우리 삶이 고통과 상처, 휘어짐에서 벗어나 올곧게 서기까지는 아주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그동안 누려왔던 것의 일부를 버려야 할지도 모른다. 그만큼 자유의 상태는 달콤할 것이다. 명상 수업이 끝난 후 그들이 눈물로 상처를 씻어내고 포옹으로 따듯함을 나누는 모습에서 나는 큰 위로를 느꼈다. 어쩌면 치유라는 것은 덜어내는 행위가 아닐까. 너를, 우리를, 그리고 나까지도.



















이 순간에 싯다르타는 운명과 싸우기를 그치고 번뇌를 잊었다. 그의 얼굴에는 일체 아욕의 기반에서 벗어났을 뿐만 아니라 완성을 이루는 경지를 터득한 기쁨의 꽃이 피었다. 거기에는 생기의 강물과 그리고 생명의 흐름과 일체가 되었다는 환희의 꽃이 피어 있었다. 그 얼굴에는 남과도 희노를 같이 할 수 있을뿐더러 흐름에 몸을 맡겨 통일에의 일원이 될 수 있다는 청량한 예지의 꽃이 피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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