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정 작가의 동화를 참 좋아하는데, 여러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동화에 등장하는 어린이들이 너무 진짜기 때문이다. 작가가 초등교사 출신이어서 그런지 꼭 우리 반 교실에 있는 것 같은, 혹은 작년 재작년 우리 반 누구 같은 어린이들이 주인공으로 주변 인물로 등장해서 ‘어쩜 이렇게 생생할까!’라는 감탄을 불러일으키곤 한다.
호라도 그런 어린이다. 동화를 읽으면서 내내 몇 년 전 나의 애제자(?) ㅅㅎㄹ양이 떠올랐다.
이야기 속의 호라는 2학년이다. 나의 애제자는 그때 3학년이었다.(지금은 6학년이려나...) 호라는 ‘행운동’이라는 동네에 사는 걸 엄청 행운이라고 생각하면서 친구들, 동생들과 하루하루 신나게 살아가는 어린이다. 행복한 오늘을 나중에 기억하지 못할까 봐 ‘지금을 기억해야 돼!’라고 말하곤 하지만, 기억을 하려면 일기를 쓰면 된다는 엄마 말은 못 들은 척한다.(‘호라는 하기 싫은 건 주로 못 들은 척한다’고 작가님은 써 놓았다ㅋ)
하지만 어린이의 세계가 그렇듯이 호라에게도 좋은 일만 있지는 않고 호라도 좋은 면만 있지는 않다. 호라는 평소에 씩씩하고 말도 잘 하지만, 한 번 울면 울음소리도 크고 울면서 말을 할 때는 무슨 소린지 알아들을 수가 없다. 그래서 담임선생님은 호라가 울면 울음 그치고 말하라고 혼을 내신다. 다른 친구들이 울면 달래주면서 말이다.
사랑하는 ㅅㅎㄹ 양도 그랬지.... 목소리도 크고 틀려도 조금도 주눅 들지 않았는데 한번 울면 울음소리가 떠나갈 것 같았고 나도 동화 속의 담임선생님처럼 소심한 친구들이 울면 달래주었지만 ㅅㅎㄹ 양이 울면 시끄럽다고 당장 그치라고 혼을 냈다. 그럼 뚝 그치고 아무렇지도 않게 지냈다. 공부 시간에 해야 할 걸 다 못해서 남기면(종종 남음) 학습지를 책상 위에 올려놓고 책상 밑으로 들어가 누워서 발을 책상 위에 올리고 ‘여기가 지옥인가~~ 여기가 지옥이네~~’라고 노래를 부르곤 했다. 아 보고 싶네..ㅋㅋㅋㅋㅋㅋ ㅅㅎㄹ 양을 모델로 동화를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는데 이 동화로 대리만족할 수 있어서 좋다.
호라는 억울했다. 왜 다 달래주면서 나는 혼을 내는가? 호라는 아빠에게 하소연을 한다. 호라의 하소연을 들은 아빠는 ‘주장을 하려면 데이터가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해 준다.(아빠는 분명 이과 출신의 너드남이다 이런 아빠 좋아ㅎㅎ) 아빠의 조언대로 호라는 데이터를 수집한다...
자극적인 소재는 전혀 없는, 호라와 남동생 동동이와 엄마 아빠와 친구, 이웃들, 선생님 정도가 등장인물인 생활 동화? 가 이렇게 재미나다니 이것이 작가의 능력이다. 이 책을 보면서 요즘 초등학생 사이에 최고 인기 시리즈인 ‘흔한 남매’라는 제목이 떠올랐는데 사실 그 책의 남매는 절대 흔한 남매가 아니고, 유튜브 기반의 엽기 감성 스토리는 초등학생의 시선을 확 잡아끌 수는 있어도 아이가 그 책을 읽고 있다고 해서 독서를 한다고 말할 수는 없다.(쇼츠를 보고 있다고 하는 게 맞을 수도)
이 동화의 호라와 동동이가 바로 티격태격 하면서 서로 위해 주기도 하고 귀찮아하기도 하는 ‘흔한 남매’인데... 어린이들이 에이미 남매 말고 호라 남매를 만나는 건강하고 아름다운 독서 생활을 하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면서 이 책이 시리즈로 나왔으면 정말 좋겠다는 소원을 빌어 본다.(빌라에서 키우는 개 복구 시점으로, 새로 이사 온 승승 형제 등 이어질 이야기는 많다. 작가님! 힘내서 써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