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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하루

새해에는 내 자신에게만 바람을 가져야겠다. 더이상 이 동네 사람들에게 뭔가를 기대하지 말아야

겠다. 무식한 사람이려니 치부하고, 뭔 소리를 해도 원래 저런 사람이잖아 하고 넘기고, 인간적인

유대나 정을 기대하지 않고 다만 여기서 잠깐 알다 가는 동네 슈퍼 아줌마로 생각해야겠다. 한국에

서 연락하거나 할 생각 전혀 하지 않고 이 동네를 뜨는 순간 영원히 볼 일이 없는 사람들로 여겨야

겠다. 애들이나 잠깐 만나는 사이로 상정하고 허허실실 그냥 넘겨야겠다. 친해지고 교류하고 교감

을 느끼는 일따위는 한국의 내 친구들에게서나 기대해야겠다. 더 이상 이 사람들로 인해 상처받거

나 스트레스 받지 말아야겠다. 한 엄마는 내가 한국의 지인들의 부탁으로 이런 저런 심부름 -우리

집으로 물건 배송받아 한국에 보내주는- 을 해준다고 하니 " 뭐하러! 귀찮잖아!" 한다. 그 사람은

친구도 없나? 서로 필요한 일 있으면 도와주고 편의 봐주고 하는게 내가 아는 상식이고 정서인데

이 동네 사람들은 오로지 자기만 아나보다. 나도 이 사람들과는 그런 편의 봐주고 하는 일 없이 살

아야겠다. 내가 그간 운이 좋았는지 이런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몰랐는데, 이제 그 운이 다해가나

보다. 내가 외로운가 보다. 그래, 외롭다. 신랑은 늦게 시작한 공부라 바빠서 하루에 30분이나 얼굴

볼까 거의 얼굴 보기 힘들고, 주말에도 학교가고 하니 여기 아줌마들을 너무 바라보고 살았나보다.

한국 슈퍼 멀어서 장보기도 힘든데도 반찬도 해다 주고 식빵도 구워주고 - 이 동네에서 내 반찬 안

얻어먹은 사람은 하나밖에 없다-  애들 책, 내 책 다 빌려주고 하면서 나는 친해지고 싶었는데 내

가 보기에 그들은 내게서 단물만 빼먹는 것 같다. 나는 가는 정이 있으면 오는 정이 있다는 사실을

믿고 인간적인 신뢰와 정을 쌓고 싶었는데, 그런 사람도 있고 아닌 사람도 있나보다. 이제 그런 바

보짓은 그만 해야겠다. 차라리! 여태 안보던 TV나 보며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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