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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와 시간

동화를 읽는다는 것은 타임머신을 타고 유년 시절로 떠나는 여행과도 같은 것이다. 어릴 적 바라보던 자연이, 삶의 단면들이 그 옛날 모습 그대로 존재를 드러내고 어릴 적 꿈꾸었던 세상이 한 권의 책 속에 오롯이 펼쳐져 있다 그 속에서 독자인 나는 그 향내를 맡으며 마음껏 향수를 즐기게 된다.

'자전거 도둑'은 여섯 개의 짧은 동화들이 어깨동무를 해서 서로서로 친구가 되어 있는 동화집이다. 그 여섯 개의 짧은 동화 중 나의 마음을 심하게 움직였던 동화는 '달걀은 달걀로 갚으렴'이다. 시골 생활이 도시 생활에 비해 못났다고 생각하던 한뫼가 선생님과의 대화를 통해 그 틀을 벗고 대등한 존재로서 시골 생활을 받아들이는 이야기다.

교장 선생님 한 분, 선생님 세 분, 예순 여섯 명의 학생이 모두인 산골 초등학교에서 6학년 학생들에게 매년 암탉 두 마리를 준다. 학생들은 정성껏 암탉을 키우고 그 달걀을 팔아 도시로의 여행 경비를 마련하게 된다. 봄뫼는 오빠인 한뫼가 자신의 암탉을 밤에 몰래 잡아먹으려 해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결국 선생님께 말씀을 드리고 선생님이 한뫼에게 자초지종을 묻게 된다. 한뫼는 자신이 6학년일 때 똑같은 방법으로 달걀을 팔아 도시로 여행을 갔었는데 그 곳에서 달걀이 너무 천대받는 것을 보고는 도시 아이들에 대한 반감을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또한 시골생활에 대한 회의를 가진다. 선생님께서는 그런 한뫼에에게 '달걀은 달걀로 갚으라'고 하신다. 이 말은 참으로 깊은 속내를 가진 말이다.

달걀은 상반된 의미를 가진다. 달걀은 서울뜨기이고 시골뜨기이다. 달걀은 문명이고 자연이다. 달걀은 동물원에 갇혀있는 세계 각국의 동물들이고 자연 속에서 자유로이 뛰노는 산토끼, 노루이다. 달걀은 대낮에도 볼 수 있는 천체과학관의 별자리이고, 시골 밤하늘에 수없이 반짝이는 별들이다. 그러나 마지막에 달걀은 자연과 만나 가슴을 울렁거리게 하는 것으로 통합된다. 서로 다른 달걀이 하나가 되는 것이다. 두 개의 달걀을 깨트려 저으면 흰자 두 개와 노른자 두 개가 합쳐져 그냥 '달 걀 푼 것'이 되는 것처럼 말이다. 이분법으로 나누어지던 도시의 문명과 시골의 자연이 하나로 통합되는 것이다.

시골과 도시는 공생하는 유기적인 관계에 놓여 있다. 또한 둘은 동등하고 대등한 위치에 놓여 있는 것이다. 도시이든 시골이든 어차피 사람이 살아가는 공간으로 각자의 장단점이 존재한다. 각각 길들여지는 환경이 다를 뿐 어느 쪽이 못나거나 잘나지 않다는 것이다.

'사물을 바르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사물의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쓸모에 대해 골고루 알아두는게 좋다'는 선생님의 말씀은 두고 두고 뇌리에 남아 더욱 다양하고 확산적인 사고를 하게 도와주리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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