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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누피가 사과를 들었다
  • 드리머
  • 모래
  • 15,750원 (10%870)
  • 2025-02-20
  • : 1,285


관계라는 건 의도한 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얽혀버리며 칼같이 끊어지지도 않는다. 『드리머』 속 인물들은 서로 엮이지 않는 게 좋았을 인연이다. 모두 서로를 부정적인 방향으로 신경 쓴다. 우정이라고 하기엔 꽤나 지저분하고 질척인다.


인물들의 성격과 행동에 공을 들인 도입부 덕분에 독자는 어렵지 않게 소설의 비극적 결말을 예상하게 된다. 하지 말아야 할 선택들의 연속적인 등장은 그 예상에 힘을 실어준다.

잘못된 선택의 원인은 '취약성'에 있다. 주요인물들은 환경적으로, 정신적으로 취약하다. 사이비 종교와 같은 사기는 언제나 그 지점을 쉽게 파고든다. 소설 속의 신비한 힘을 가진 수첩도 마찬가지다. 오컬트 장르답게 그 힘만은 진짜지만, 결과물이 신통치않다. 사람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점(고려할 수 없다는 점)에서 특히 그렇다.


어떤 위대한 힘을 갖고 있더라도 수첩은 물건에 불과하다. (힘을 갖고 있다는 표현은 부정확하다. 그냥 붙어 있다. 기능이라고 하는 게 정확할 것이다.) 원하는 효과를 낼 수 없다면 이 수첩은 불필요하다. 결국 여정, 필립, 기철의 마지막 선택은 필연적이라고 할 수 있다. 욕망을 이루어준다한들 현실이 아닌 꿈에 불과한데 집착해서 뭐하나.



*** 출판사 도서 협찬을 받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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