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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누피가 사과를 들었다
  • 뾰족한 전나무의 땅
  • 세라 온 주잇
  • 13,500원 (10%750)
  • 2024-12-02
  • : 705

풍경은 고요하지 않다. 단 한 순간을 포착한 사진이나 회화 속에서도 많은 소리가 들릴 때가 있다. 

글로 묘사된 바닷가 마을 '더닛'은 생동감 넘치게 소란한 곳이다. 일상이 펼쳐지는 동시에 풍경이 끊임없이 움직인다. 이 남다른 존재감은 조용한데 시끄럽다는 이중적인 감상을 낳는다. 


여름이란 원래 마냥 느긋한 시기가 아니다. 더위로 인해 휴가철로 자리 잡았지만, 누구나 부지런해야 하는 계절이다. 책 속의 사람들도 동식물도 각자의 할 일 때문에 바쁘기 그지없다. 심지어 여름휴가를 온 화자조차도 써야 할 글이 있어 학교 건물로 출근한다. 

물론, 소재의 정체성을 증명하듯 (혹은 휴가를 온 프리랜서 화자의 목적에 맞게) 휴식의 장면들이 자연스러운척하며 계속 등장한다. 틈만 나면 마을 주민의 이야기를 들어주거나 잔치에 참석하느라 바쁜 화자를 보며 학교 임대료가 살짝 아깝다는 불필요한 걱정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조차도 휴가의 일부답달까. 원래 게으름도 피우고 주머니도 가벼워지는 것이 쉬는 사람의 덕목인 법이다.        


『뾰족한 전나무의 땅』에서 버릴 장면이란 없다. 스위트브라이어, 코스트메리, 발삼과 세이지, 보리지와 민트 등의 다양한 식물들이 자리 잡은 땅 그리고 오래된 부두와 햇살 아래의 배들은 그 자체로 하나의 영화다. 자잘한 것도 놓치지 않는 집요한 묘사들이 시퀀스를 이루며 역동성을 선사한다. 이토록 '움직이지 않음'과 대척점에 있는, 더 정확히 말하자면 정지 상태의 반대를 향해 질주하는 글은 드물다. 이 질주는 문자의 음 소거를 해제하는 원인이기도 하다. 때문에 어떤 책보다 유쾌하게 시끌벅적하다.



***출판사 도서 협찬을 받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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