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딩 숲은 오늘날 아주 익숙하면서도 상상을 더 할 필요가 없는 진부한 공간이기도 하다. 익히 알고 있는, 여느 도시에서나 볼 수 있는 풍경들이 『마천대루』에서 또다시 재현된다. 사람들의 말로 재생되는 이 공간 속의 삶은 숨 막히도록 현실적이다. 누군가는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누군가는 평범함의 기준선에 도달하고 누군가는 운 좋게 부를 얻는다. 이 모두의 합을 흔히들 '일상'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 일상의 껍데기는 너무도 얇아 금세 삭아버린다.
문짝은 비틀어지고, 부식된 벽에서 떨어진 흰 가루가 백일몽 속 눈처럼 흩날렸다. - 본문 69쪽
허울뿐이라도 일상을 영유할 수 있다면 삶은 계속 이어진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무너지고 있어도 합리화가 가능하다.
『마천대루』 속 인물은 모두가 서로의 관찰자이다. 때문에 부분적으로 모두 목격자이며, 중심인물인 메이바오의 죽음과 관련이 있다. 배턴터치하듯이 메이바오에 대한 증언은 끝없이 이어지지만, 그 말들로 쌓아올린 인물이 정말 그녀 자신인지 확신할 수 없다. 메이바오는 누구에게도 오롯한 한 명의 인간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신뢰할 수 없는 화자들의 자기 연민과 욕망 속에서 타자화된다.
마천대루와 메이바오는 닮아있다. 인간 소굴 속에서 자기 욕구는 무시된 채 욕망의 대상으로만 이용된다. 당연하게도 문제는 메이바오가 사람이라는 것에 있다. 모두가 자기 입장에서 자기 말만 하면서 그녀 혹은 그녀의 행동을 재단한다. 아니면 공감한다고 착각하면서 자신과 그녀를 동일시한다.
누군가의 삶을 해석하려는 시도는 자주 무례한 결과를 초래한다. 타인의 역사를 완전하게 알 수 없기 때문에 이해라는 개념은 환상에 머물기 일쑤다. 하지만 독자인 우리는 시도해 볼 수 있다. 소설 바깥에서 인물의 내면을 읽고 인물과 공감 할 수 있다. 누구보다도 가까이.
그러기 위해 소설을 읽는 것 아니겠는가.
*** 출판사 도서 협찬을 받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