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속 신은 낯선 존재가 아니다. 그 뿌리는 신화로 불리는 옛이야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어쩌면 인간이 이야기란 개념을 창조한 순간부터라고 해도 될 것이다.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나 도저히 어찌할 수 없는 상황이 닥쳤을 때 인간은 신을 찾았으며, 그 속에서 신과 관련한 무수한 이야깃거리가 생겨났다. 초창기에는 신성한 존재로 인간이 마땅히 우러러봐야 할 무언가였다. 하지만 오랜 시간을 거치면서 그 위로 많은 것들이 쌓이기 시작했다. 이전과는 다른, 모순된 설정들의 끝은 인간 그 자체였다. 신성의 껍질을 두른 불완전한 존재는 예상된 결과물이었다. 인간의 상상력으로 만들어낸 것이기 때문에 그 형상 너머로 건너갈 수 없는 한계는 당연했다.
신화 속에서 신들은 전력으로 사랑과 전쟁을 하며 삶을 이어간다. 그 위로 우리의 모습을 다시 덧씌우거나 벗겨낼 수 있다. 하필이면 '신'이란 존재로 포장한 나머지 일종의 나르시시즘처럼도 보이지만, 이 일련의 행위는 일종의 타자화 과정이다. 재밌는 점은 이 모든 게 우연성에 기대고 있다는 것이다. 즉, '의도치 않게' 인간 표상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장치로 발전한 것이다.
어쩌다 보니 여기까지 도달한 신의 이미지는 장르적 이야기와 만나면서 빛을 발한다. 신화의 토대가 판타지이기 때문에 조화롭게 맞물리며 탁월한 성과를 내놓는다. <유산시리즈>가 그중 하나다. 이 소설 속에서 우리는 누구보다도 인간적인 신들을 만날 수 있다. 인간이 된 신과 신이 된 인간을 관전하면서 '익숙한 낯선 맛'을 즐길 수 있다.
어서 책을 펼쳐라. 미쳐버린 사랑꾼(싸움꾼)의 이야기가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 출판사 도서 협찬을 받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