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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누피가 사과를 들었다
  • 멜라닌
  • 하승민
  • 15,120원 (10%840)
  • 2024-07-25
  • : 8,234

  우리는 모두 구덩이에 빠져 있다. 차별과 혐오라는 오물이 끝없이 쌓이며 폭력이라는 가스를 내뿜는 구덩이에 있다. 우리 중 누구도 바깥으로 빠져나가 본 적이 없다. 나갈 방법을 알고 있음에도 합리화라는 무기를 휘두르며 그 상태 그대로 머무른다.


  주인공 재일은 주어진 것 없이 사회로 내던져진다. 그리고 그 사회는 어떤 포용 없이 다시 그를 내뱉는다. 장소가 달라져도 어느 곳에서나 이방인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이 사실은 누가 만든 것인가. 누가 그를 이방인으로 만든 것인가. 피부색 말곤 다를 게 없는 주변의 사람들이고 그 사람들이 만든 시스템이다.


사람들은 선한 얼굴로 사람을 벤다. -195쪽

 

  피부색, 종교 등의 이름 아래 학살은 너무도 쉽게 합리화된다. 편견으로 가득 찬 폭력은 일종의 놀이로 변모한다. 조롱과 모욕은 장난에 불과하고 피해자는 용서를 강요받는다.

  가해자는 다수이며 이들의 손에는 언제나 칼이 들려 있다. 이들은 하찮은 주관으로 소수자를 감별하고 그들을 향해 칼을 놀린다. 행동의 동력은 너무나 가볍고 결과는 한없이 끔찍하다. 가해자의 변명은 들어줄 가치가 없음에도 무겁게 취급된다. 이 앞에서 피해자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나는 시스템과 싸워야 했다. 인식에 대항해야 했다. 그런 걸 어떻게 이기나. 주먹을 휘둘러도 닿지 않는 존재를. 말을 해도 듣지 않는, 귀가 없는 존재를. - 287쪽


  기울어진 저울을 되돌리는 건 약자인 피해자의 몫이 아니다. 저울을 들고 있을 다수자들. 이 모든 것을 방관하거나 동조한 자들. 자신은 안전지대에 속해 있다고 착각하는 자들.

  모두가 오물 구덩이 속에 있는데, 자신은 깨끗하다는 어리석은 믿음은 영원할 수 없다. 예외는 없다. 누구도 구덩이 속을 빠져나갈 수 없다.



*** 출판사 도서 협찬을 받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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